중국 북송의 유학자 사마광(1019-1086)이 어렸을 때 그의 친구들과 함께 화원에서 놀고 있었다. 화원 안에는 작은 동산이 있었으며 동산 아래에 커다란 물항아리가 있었다. 그 물항아리 안에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친구들과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어떤 아이가 큰 물항아리 속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 모두 당황하였으며 어떤 아이는 울었고 어떤 아이는 소리쳤으며 어른을 찾으러 뛰어갔다. 사마광은 당황해 하지 않고 돌 하나를 들어 항아리를 때려 부셨다. 항아리를 깨 친구를 구했다.

사마광의 지혜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소중하게 적용된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임의로 만들어놓은 정신모형이라는 세상을 보는 지도에 속에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광이 돌을 가져와 독을 깰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 있는 친구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탈주해서 이 감옥을 다시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고통의 상태가 아포리아이고 이 감옥을 탈주해서 감옥의 갇혀 있는 아이를 구해내는 여행은 디아스토라이다. 사마광은 이 아포리아와 디아스토라를 직각으로 교차시켜 교차점을 찾아냈다.

이런 사고훈련법을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전통적 문제해결 방식과 구별해서 디자인 사고라고 규정하는 것같다. 디자인 사고가 겨냥한 것은 두 이질적인 것의 교차점을 찾아서 알려지지 않은 답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도 평소 애플이라는 회사를 디자인 사고를 통해 만들어낸 디자인이라고 칭하고 애플이라는 회사가 디자인 된 것은 바로 인문과 기술의 교차점을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인문이란 항아리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아이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고 기술이란 사마광처럼 친구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엔지니어가 되어 솔루션을 만드는 행위이다.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인문이고 이 고통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항아리를 벗어나서 이 고통을 주시하는 행위는 기술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의 아포리아와 기술의 디아스포라라는 교차점을 이용해서 아이폰도 만들고 애플이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 인문과 기술이 직각으로 교차해서 만든 교차점에 항상 새로운 답이 숨겨져 있다고 규정한다.

인간은 누구든 성장하는 자신을 담을 정신모형이 작아서 성장의 고통의 달고 산다. 이 정신모형에 갇혀 있음을 인식하고 이 고통을 직시하는 행위가 인문이고 아포리아이다. 또한 정신모형의 감옥인 아포리아의 상태에서 탈주해서 밖에서 이 고통의 해결점을 찾는 디아스포라를 동시에 감행할 수 있을 때 혁신적 문제해결력을 갖는다.

디자인 사고처럼 혁신적 문제해결의 근력을 가진다는 것은 사마광처럼 물에 빠진 친구도 되고 물밖에서 친구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는 사마광 자신의 역할도 한 몸으로 해결해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한몸이 된다는 것은 더하거나 빼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항상 이원론으로 나눠진 것을 선택하고 중간지점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차원을 직각으로 교차해서 높은 지점에서 한 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실현된다.

오늘은 아포리아와 디아스포라를 교차해서 나자신에 내재한 성장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마광이 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