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은 선택적이다. 인간의 뇌는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이 사람이 살았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대로 기억하기보다는 마지막 결론으로 도달한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각색해서 기억한다.

스토리의 대본 중 가장 불행한 대본은 왕족으로 태어났다가 거지의 삶으로 생을 마감하는 대본을 남긴 사람들일 것이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평범하게 삶을 마감하는 대본일 것이다. 이런 사람의 스토리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천하게 태어났다가 갖은 고난을 거쳐 말년의 삶을 훌륭하게 완성한 대본도 있다. 각색에서 중요한 것은 미천한 시작이 아니라 어떤 삶으로 삶을 마감했는지이다.

전두환씨는 유산이 아닌 956억의 사회적 부채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분의 삶이 극히 불행한 이유다. 살아가면서 무소불의의 대통령으로 권세를 누렸어도 전두환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부채만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과를 하지 않고 세상을 마감했기 때문에 전두환씨에게 고통을 당한 사람들은 전두환씨가 거론될 때마다 매번 지옥을 체험할 것이다.

말년의 행복한 결론은 그 이전의 모든 고난을 행복을 위한 전주곡으로 바꾸놓는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이 주는 선물이다. 결론을 중심으로 기억이 각색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

가장 행복한 말년의 대본은 세상 사람들이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을 남긴 것이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졌음을 깨달게 하는 대본이 최선의 대본일 것이다. 이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게 한 대본이다.

삶의 행복은 아무리 미천하게 태어났어도 자신의 삶에 대한 좋은 결론을 자신이 쓰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행운이다. 이들이 남긴 행복한 기억은 이분들을 기억할 때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좋은 유산을 남기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승의 사람들에게 천국을 선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