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정부기관과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이전과는 정부 안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같이 토론한 내용은 갑질을 하면 상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함을 통해서 갑질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도라는 것을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가위로 잘라내기 위해 벌이나 상처럼 이용한다면 그 당시에는 작동되는 것같은 느낌이지만 제도의 압력이 조금이라도 느즌해지면 잘라냈던 싹의 뿌리가 다시 그런 행동을 더 교묘하게 강화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제도만으로 변화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항상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의 저서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의 이야기도 나왔다. 관정과 파이프라인이 없는 수도꼭지가 아무리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어도 물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제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절단된 황금수도꼭지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이 제도가 뿌리를 박고 있으야 할 관정도 있어야 하고 이 관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파이프라인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전제되거나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만 도입할 경우 제도는 항상 Decoupling 상태를 경험하여 실패한다.

내가 내린 처방은 갑질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이전에 제도의 파이프라인이 되는 리더십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갑질은 상사가 부하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생각할 때 시작된다. 도구가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사람임을 주장하면 상사의 갑질이 시작된다. 이 문제는 상사가 부하를 대하는 철학과 리더십의 문제이다. 리더십 철학에 대한 근원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 리더는 단순히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존재이유의 수준에서 자신과 조직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사명과 목적의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이 목적의 바운더리와 목표의 바운더리 사이의 갭을 최적화 시켜 근원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 근원적 변화를 통해 구성원과 조직을 성장을 넘어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진성리더십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진성리더십은 황금수도꼭지라는 제도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목적이라는 관정도 있어야되고 이 목적의 관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파이프라인의 혁신도 있어야 물이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진성리더십에서 제도는 관정과 파이프라인이 연결된 자연스런 결과이다. 연결없이 제도로 수도꼭지만 있으면 이 수도꼭지가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이들은 사이비 약장수들일 것이다.

제도는 문제해결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목적의 관정이 발견되고 이 관정에 파이프라인을 박아 혁신하는 프로세스가 먼저 가동되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는 마지막 마무리에 사용되는 수도꼭지일 뿐이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이지 않는 관정과 파이프라인이라는 빙산의 밑둥을 이해하고 이를 조직에 실현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많은 회사들이 관정도 없고 여기에 심어진 혁신의 파이프라인도 없는데 제도만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우를 범해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조직에서 수도없이 시도되는 벤치마킹의 결과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만으로 혁신이 끝날 수 있었다면 지금 세상은 이미 천국되어 있어야 맞다.

갑질도 마찬가지다. 갑질은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리더들이 자신의 목적의 관정을 발견해 혁신의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연결해 조직과 구성원이 성장을 넘어서 성숙을 체험할 수 있을 때 제대로 해결된다. 목적은 최고의 존재론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들이 모여 미래에 대해 갈구한 선한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