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
학벌의 숨은 공모자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평생 졸업장을 담보로 임대수익(Rent Seeking)을 올리며 편한사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부모들이 자식에게 좋은 학벌을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치는 이유이기도 하고 스카이캐슬과 같은 드라마가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입시를 책임지는 학원들이 공교육을 따돌리고 실질적 교육을 떠 맡을 수 있는 이유이다.

정말 한국에서 좋은 대학의 학벌을 획득하는 것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투자에 해당될까? 나는 글로벌과 경쟁해가며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분야에는 지금도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수준에서 실력으로 모든 것을 검증받야야 하는 분야가 얼마나 되는지를 반문한다면 일반사람들에게 학벌에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딴 세상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학벌을 통한 임대수익론이 더 설득력이 있다.

학벌은 실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기생충이다.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100% 투명하다면 학벌은 사라진다. 당분간 이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학벌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학벌에 대한 수요는 대학이 암암리에 키운 측면도 있다. 대학은 실력과 학벌의 교묘하게 혼합된 제도다. 즉 비교적 좋은 대학이라고 알려진 대학에 비교적 실력있는 교수들이 많이 지원하고 학생들이 이런 교수들의 수혜를 받아서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고 이에 합당한 실력을 키우지 못한 사람들도 졸업장만 받으면 비슷한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누가 진짜 실력이 있는 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 졸업생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대학도 이런 실력의 불확실성에 대한 함정을 십분 발휘해서 교수의 연구력과 실력을 키우는 일보다는 학위장사에 집중했던 것도 문제이다.

기업도 대한민국 학벌의 공모자였다. 졸업생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해낼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이 없어서 결국 대학의 명성만을 보고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서 신입사원들을 충원해온 경향이 대학에서 학벌의 중요성을 키우는데 공헌했다. 공공연히 대학의 명성을 점수화해서 신입사원 충원에 이용해왔던 기업들의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경향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기업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학벌이 실력이라는 가정이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선두기업들이 충원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온 중견기업들은 이미 필요한 실력이나 경험수준의 수요에 따라 직원들을 충원하는 수시채용 쪽으로 채용을 다 바꾸었다. 학벌의 원인이 되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들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고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지금은 정부취업 통계의 눈치를 따지기 이전에 글로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력있는 젊은이들을 영입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 문제에 직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SK가 나서서 공채를 포기하고 수요가 발생한 현업에서 직접 실력이 있는 지원자를 직접 채용하는 방식을 선언했다. 공채는 실력보다는 학벌의 후광효과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력과 능력을 중심으로 현업이 주도하는 채용시스탬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원자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은 현업 전문가들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업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실력만 보고 수시로 채용하는 추세는 조만간 다른 모든 대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대학도 지금까지 대학을 운영하던 방식인 백화점식 아날로그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부분의 대학은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이고 이것의 파급효과가 소위 학벌로 랜트시킹을 할 수 있었던 대학에도 스나미의 전조로 작용하고 있다. 본인들이 발행할 수 있었던 졸업장이 부도난 약속어음으로 언제든지 종잇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기업이나 대학이 지금 당장 직면하고 있는 더 큰 쓰나미는 초연결시대의 디지털 혁명의 쓰나미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살아남은 소위 명문대학이나 글로벌에서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이나 이 디지털 혁명의 파도를 제대로 타지 못한다면 나라전체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만큼 디지털 쓰나미는 대학이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절대절명의 문제이다. 결국 기존의 학벌의 아성이었던 대학들도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에 맞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느 대학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학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대학 순으로 쓰러질 개연성이 높다.

초연결시 디지털 혁명에 맞춰 대학은 어떻게 디지털 드랜스포메이션 할 것인가?

첫째 대학이 오픈 플랫폼 형태로 지금의 지배구조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지금 대학이 운영되는 형태는 대학에 각 과들이 자신만의 토굴을 파고 이 토굴을 견고하게 만드는데 혈안이되어 있는 형태이다. 교수들은 연구와 교수의 자율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과 안에서 자신의 연구실을 토굴로 파고 이 토굴에 숨어들었다. 지금의 한국 대학은 한 마디로 무수한 토굴 덩어리이다. 이 과들이 자신의 토굴을 개방하고 이 토굴의 자원을 다른 토굴의 자원과 연결시켜 모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 네트워크를 열린 플랫폼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대학은 교수들이 자신의 토굴에서 빠져나와 협업의 운동장을 건설해서 디지털 혁명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교수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토굴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결국 대학은 디지털 쓰나미에 위해서 토굴이 초토화 당하는 수모를 당할 것이다.

둘째, 학령인구 때문에 문을 닫아야하는 대학들은 디지털 드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재교육 센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신입생으로 받아서 이들을 훈련시켜 쓸만한 인재로 키우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도 하고 그런 젊은이들도 없다. 디지털 혁명의 쓰나미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금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들이 살 수 있는 대안은 지금의 교수진과 실험실을 기업의 종업원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평생교육장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통해서이다. 사실 대한민국에 회사에 종사하는 모든 종업원들은 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맞추어 스킬업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 Skill Up시켜야 하는 인재들을 받아 교육시킬 수 있는 평생교육장으로 전환해야 결국 대학도 살고 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자체와 협업해서 그 지역 공동체의 혁신을 주도하는 Ecosystem의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 때 디지털 혁명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시는 그동안 버려져 있던 한 섬을 재개발해서 코넬대학과 다른 주에 있는 유명대학들을 유치하는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유는 대학은 모든 분야에서 거인의 어깨를 통해 세상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제대로 얻을 수 있는 뛰어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거인을 어깨를 통해서 본 미래 세상을 이해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도시전체를 이에 맞는 에코 시스템으로 전환시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와 대학이 보다 큰 디지털 혁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 자신의 문을 열어가며 협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뉴욕시에 문을 연 코넬대학은 과가 사라졌다. 협업이 필요한 과의 모든 교수들이 자신 과의 정체성을 버리고 디지털 혁신을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사라진 과의 이름은 이들이 몰입하고 있는 장기적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다.

앞으로의 대학은 본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파고를 타고 넘는지 못 넘는지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대학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성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인의 어깨로 거듭난다면 기존 대학의 과들은 존재이유가 사라져 버릴 것이다. 앞으로 대학의 모든 학습활동들이 빅테이터로 축적이되고 이 빅테이터에 AI를 통한 딥러닝을 적용시켜 학생 개개인의 경력욕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커리큘럼이 제공되고 여기에서의 개별적 성취정도가 객관적으로 추적되어 회사의 현업전문가 중심의 수시채용시스템이라는 플랫폼과 연계될 것이다. 과가 이런 최적화 시스템에 기여할 수 없다면 존재의미가 사라진다. 실력에 대한 불확실성 자체가 제거되는 사회, 즉 대학이 명성만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학이 도시생태계의 허브 플랫폼으로 제대로 작동해가며 거인의 어깨가 되어 미래를 선도할 플랫폼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스카이캐슬이나 학벌과 같은 말은 고전어 사전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용어로 전락할 것이다. 조국교수와 같은 논란이 더 이상 재연되지 않은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서 디지털 혁명에 성공한다면 순전히 암기능력에 기반한 학벌의 유효시한은 얼마남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실패해서 전 나라가 후진국으로 퇴행한다면 학벌의 유효시한은 연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