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갑질자체를 법으로 규제해서 처벌하는 방식은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갑질이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더 교묘한 형태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법들은 미투를 피하기 위해 만남자체를 자제하는 유사 Pence 룰이 되어 후배들과 업무이외에는 만남자체를 자제하는 경향을 부축여 직장내 모든 관계를 드라이하게 만들고 협업을 통한 성과를 창출하는 개연성도 배제할 것이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의 뿌리가 자라게 하는 건강한 토양이 전제되어야 한다. 법률가들이 주장하는대로 법으로 모든 것들이 해결되었다면 세상에 범죄는 사라졌어야 맞는다. 법자체를 가지고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이 오히려 더 범죄를 교묘하고 심각하게 만든다. 법에 대한 의존이 최소화되고 변호사들 숫자가 줄어들고 결국 법이 유명무실해지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갑질을 금지하는 법에 통해서 갑질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그냥 갑질 근절의 첫걸음을 뗀 것이고 결국 직장내 갑질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인간에 대한 철학자체과 갑질의 주체로 비난받아온 상사들의 리더십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갑질이 지금처럼 번지게 된 것에 가장 큰 기여는 경영이론과 지배구조이론 장악해온 대리인 이론이다.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는 한 마디로 회사(주인)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어서 종업원에게 자기 대신 일을 시키기 위해서 돈 주고 사왔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 대리인 이론에 따르면 종업원은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돈받고 온 대리인이자 도구에 불과하다.
갑질은 대리인 이론에서처럼 상대를 인간이 아니라 도구로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도구로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주인들이 혹은 주인의 측근 대리인들이 나서서 도구를 응징하는 행동이다. 상대가 도구 이전에 인간이라는 생각만 잃지 않아도 대부분의 갑질은 사라진다.
주인의 가장 측근 대리인인 사람들이 경영진, 고위 관리자, 상사들이기 때문에 결국 갑질의 문제의 뿌리는 이들의 인간에 대한 철학과 이들이 행사하는 리더십에 발생한다. 이들의 철학과 리더십이 21세기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변화되지 못한다면 갑질은 항상 재생된다.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기존 교과서에 성과지향의 방법론으로 가르치는 대부분의 리더십 이론들은 초연결디지털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다 나서서 갑질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진성리더십은 리더들의 인간에 대한 철학과 리더십 이론의 근원적 변화를 주장한다.
직장내 고질적 갑질로 고민하는 회사들이 있다면 진성리더십을 공부할 것을 권한다. 진성리더십은 회사가 리더십 모형을 만들어 준 것을 돈 받고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회사의 맥락에 가장 적합한 정체성을 가진 리더십의 프로토타입을 리더십의 실무자인 리더가 주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실현시키는 리더십이다. 진성리더십은 이런 점에서 리더를 주인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는 리더십의 민주화 운동이다. 리더십 자체가 민주화되지 못하고 경영진이나 주인이 시키는 리더십을 돈 때문에 생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갑질의 원천이 되었다. 리더십이 시대에 맞춰서 근원적으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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