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라고 부르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만들어지고 기관의 건물이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제도화의 본질은 대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제도는 마음의 상태라는 가설을 처음 제시했던 학자는 사회심리학자인 Berger & Luckmann이다. 이들은 어떤 새로운 것이 만들어졌을 때 삶의 반복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지도가 만들어져 이 새로운 것을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일 때 제도화가 완성된 것으로 보았다.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반복이 차이를 만들지 못했을 때가 제도화된 상태다.

마음이 일상의 반복 속에서 새로운 대상을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이 대상이 처음 우리에게 가져다 준 생생함이나 신선함 등이 사라지고 제도화된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제도화의 반복이다.

일상에서 제도화된 사례를 들어보자.

직장인이라면 연말에 많은 금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보너스로 마음이 흥분된 것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를 상상해보라. 승진도 마찬가지다. 승진의 흥분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를 상상해보면 얼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보너스 받거나 승진한 것에 익숙해져서 당연한 마음의 상태가 되면 승진이나 보너스가 주었던 기쁨은 사라진다.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얼마간은 꿈길을 걷는 것같은 느낌이지만 이 생활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당연한 것이 되는 순간 제도화되어 흥분이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완전히 제도화된 삶 이후의 삶이다. 돌아오는 해에는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태가 준거가 되어 더 많은 금액을 보너스와 더 큰 승진을 얻어내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불행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더 크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사람들이 제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는 방식은 아이러니 하게도 Max Weber가 예언했듯이 제도의 철장에 자신을 가두는 방식이다. 우리는 제도의 철장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가둔다. 첫째 제도화되기 전 처음 받았던 강렬한 흥분을 기억하게 되면 이런 흥분을 다시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같은 것의 목표를 강도를 높힌다. 둘째 흥분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전에 얻었던 것보다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자신을 몰아세운다. 마지막이 이런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시지프스의 돌굴리기 형벌을 부과해 여기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철장에 갇힌다. 더 큰 불행은 더 큰 것 더 많은 것에 중독되면 엉뚱한 방식으로 목표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탈로해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제도의 철장에서 우리를 구원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진성리더십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문제다. 방식은 있다. 삶의 존재목적을 살려내서 시지프스 돌굴리기로 이끈 목표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생명의 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존재목적이란 이런 제도화되는 목표를 왜 자신의 몸으로 자신이 나서서 추구해야 하는지의 이유다. 존재목적을 깨달는 순간 사람들은 시지프스의 돌굴리기라는 제도화의 철장에서 벗어난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것, 더 강한 것, 더 큰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존재목적을 깨닫는 순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 비해 지금 당연한 것으로 향유하는 것들이 얼마나 감사할만한 행운과 은혜가 작용했음을 이해한다. 삶이 감사 모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큰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더 깊은 흥분과 열정으로 채워진다. 자신의 행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감사의 대상이 주변에 자신의 오늘을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빚도 있다는 각성에 도달한다. 부모님의 몸을 빌려 태어난 것도 빚진 것이고, 지구의 자연과 산소를 공짜로 빌려 쓴 것도 빚이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심없이 도와준 후배 선배들에게도 빚이 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은 존재자체가 빚쟁이라는 각성과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이들은 이 빚에 이자조차도 청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르면 감사와 은혜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이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이유가 만들어지면 자신을 더욱 거룩하게 만드는 존재목적이 세워진 것이다. 거룩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차이를 의미한다. 삶의 근원적 이유인 존재목적을 깨닫는 순간 빚이 감사로 전환되고, 지식이 지혜로 전환되고, 열등감이 사랑과 긍휼로 전환되는 기적을 체험한다. 자신의 몸이 열정과 욕망의 깨진 그릇에서 거룩한 것들을 담아내는 성전으로 전환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존재목적을 실현해야하는 빚진 사람이라는 각성이 생기는 순간 자신에 대한 근원적 변화의 여정도 시작된다. 더 많은 재능과 머리와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은 더 크게 빚진 사람이라는 각성으로 삶의 목적함수를 전환하지 못한다면 시지프스의 돌굴리기 삶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더 크게 찾아오는 불행이 해소될 방법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는 빚진 사람이다. 누구든 빚을 갚는 행위에 나서지 못할 경우 제도화의 철장 속에 갇혀사는 형벌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 무너진 이유도 더 큰 은혜와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빚을 갚지 않고 포장만 정의를 외치는 법꾸라지를 고용해가며 도주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