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살았다.
마음의 습관 (Habit of Mind):
마음의 습관은 종교사회학자 벨라(Robert Bellah)가 제도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우리가 제도라고 생각하면 정부 관공서건물이나, 대학건물들을 상상하지만 제도의 핵심은 사람들 마음에서 습관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관행을 시작했는데 누구도 이 새로운 관행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의 습관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이 관행과 관련된 건물은 없지만 사람들 마음속으로 어떤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이 관행은 건물만큼이나 단단한 현실이 된다. 관행이 습관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 제도가 된 것이다. 이처럼 제도는 건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서 탄생한다. 따지고 보면 내 마음 속에서도 내 스스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제도화한 습관들로 가득차 있다.
실제로 이 마음의 습관으로 자리잡은 관행을 고치려 한다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세우는 것보다 힘들다. 건물은 보이기라도 하지만 마음속에 습관으로 세워진 건물은 보이지도 않아서 부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 새로운 마음의 습관을 만들려면 기존의 마음의 습관의 건물이 철거되어야 하는데 쉽게 철거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고육지책으로 기존의 마음의 습관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의 습관으로 건물을 세운다. 물리적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디지털 세상인 마음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상상하겠지만 옛날의 마음의 습관이 철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세운 건물이 제대로 기능할리 없다. 변화는 고사하고 마음 속에서 옛날 건물의 주인인 자아와 새로운 입주민의 자아가 매일 치고 박고 싸운다.
100단위 생산을 하거나 100단위 물건을 판매하면 1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주었다고 가정해보자. 200단위를 판매하면 200만 원을 벌 수 있고 300단위 팔면 300만 원을 벌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제도는 이런 인센티브를 마음의 습관으로 세워서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이고 완벽해 보인다. 이 인센티브 시스템이 일정 기간 지속하면 사람들은 100단위 생산에 100만 원, 200단위 생산에 200만 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도화되어 마음의 습관으로 정착한 것이다.
마음의 습관이 보복하는 것은 마음 속에 습관으로 건물을 완전히 올렸을 때부터이다. 마음의 습관은 반복되는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습관이다. 마음의 습관은 100단위 생산에 100만 원을 벌어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더 이상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 고마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100단위 판매에 1.5배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새로운 마음의 습관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100단위 팔면 150만 원을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보상체계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습관으로 제도화되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150만 원을 주어도 사람들은 고마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더 열심히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인센티브를 2.0배로 인상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마음의 습관을 달래가며 인센티브를 올리다 보면 결국 종업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작전을 바꾸어 승진으로도 해보지만 사람들은 승진 후 한달이 지나면 승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보너스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제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승진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동기요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승진의 효과는 한달을 가지 못한다. 결국, 회사가 땅 파다 장사를 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종업원들의 열심히 일하게 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마음의 습관인 인센티브 시스템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떤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용’인 ‘제도화’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마음의 습관에 갇히기만 하는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의 습관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하게 유인하는 그 무엇이 없는 상태에서 자본주의 인센티브로 승부한다는 것은 지는 게임에 올인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L자 불경기가 지속될 때 이전 만큼 풍부하게 인센티브를 가동할만한 재원이 떨어질 때는 더 큰 문제이다.
본인은 아닐 것이라고 장담한다면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나 스스로도 지금 회사생활은 죽고 싶도록 하기 싫지만 매달 꼬박꼬박 습관처럼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감옥을 정말 탈출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월급이 가져다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을 자신만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솔루션은 무엇인가요? 무엇으로 무슨 이야기로 우리를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독려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