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베이비 붐 세대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은 성격을 통해서 표현된다. 성격을 구성하는 속성(trait)은 수만가지도 넘는다. 이 성격의 속성(trait)이 상황과 만나 어떤 행동과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은 각 상황에서 자주 표현되는 그 사람의 공통적 성격속성을 추론해서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낸다.
모든 인간은 다양한 성격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성격이 표현되는 것은 상황과 성격속성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이다. 상황에 맞춰 성격속성의 발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그냥 무작위적으로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 사람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피할 것이다. 아무리 명랑한 사람도 장례식에 가면 자신의 명랑함을 자제하고 엄숙한 성격 속성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엄숙한 성격 속성을 장례식에서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평소 아무리 명랑해도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세대는 자신의 다양한 SNS 체널을 통해서 상황에 맞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다. 원래 디지털의 매체의 속성이 서로 이질적인 0과 1 사이를 마찰없이 쉽게 왔다 갔다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어서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옮겨질 때 마찰비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태어나면서 SNS 매체와 생활한 디지털 네이티브는 상황에 맞는 자신의 성격속성을 선택해서 자유자재로 표현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익숙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채널도 자신의 성격 속성에 맞춤형으로 선정할 수 있다. 좀 현학적 자신을 표현하고 싶으면 페이스북을 이용할 것이고, 멋진 옷으로 치장했거나 맛있는 것을 먹고 있는 감각적이거나 비주얼한 자신을 표현하고 싶으면 인스타를,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싶으면 트위터 채널을 이용할 것이다. 또한 각 체널 안에서도 여러개의 계정을 다른 이름으로 가질 수 있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거나 숨기고 싶지만 자신에게만 표현하고 싶은 속성이 있으면 여기에 맞는 계정을 선택할 것이다. 굳이 남들에게 안 보여주고도 자신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속성이 가져다 준 가장 큰 공헌은 한 가지 성격과 다른 성격을 가진 자신을 표현하려고 스위치하는데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늘 장례식에도 다녀오고 결혼식에도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날로그 퍼스낼리티를 가진 베이비 붐 세대라면 장례식에 참가해서 자신의 슬픔을 표현했다면 곧 바로 결혼식에 참석하기는 힘들다. 슬픔을 표현하는 성격 속성에서 기쁨을 표현하는 성격 속성으로의 스위치가 작동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베이비 붐 세대는 결혼식에 맞는 성격속성으로 바꾸기 위해서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등 전환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라면 결혼식을 갔다가 장례식을 가거나 아니면 반대의 순서로 일정을 소화 하더라도 성격속성과 성격속성 사이에서 자아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베이비 붐 세대는 이질적 상황을 만날 경우 다양한 성격 속성을 소화해내지 못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성격이 2-3개로 제한적이다. 반면 디지털 원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숫자만큰 다양한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가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멀리 페르소나를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가면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폄하하는데 나는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신을 상황에 맞게 더 디지털 방식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지 꼭 가면을 바꿔쓰고 진정성 없이 자신을 속인다고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겉으로만 보면 베이비 붐 세대가 상황에 따른 감정선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상황에 맞게 자신의 진정성을 표현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베이비 붐 세대이던 디지털 네이티브이던 그 사람의 진정성을 결정해주는 것은 상황에 맞는 표현도 중요하지만 다양하게 표현되는 자신을 통합시켜주는 자신만의 철학이나 삶의 목적이다. 삶의 목적이나 철학이 없이 상황에 따라 카멜리온처럼 표현을 잘하면 사람들은 가면을 잘 바꿔쓰는 것으로 규정하고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내릴 것이다. 밀레이얼이든 디지털 네이티브이던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통합해주는 철학과 목적이 없다면 겉 포장만 잘된 텅빈 깡통으로 생각된다. 진정성을 획득하기가 힘들다. 진정성을 못 얻으면 신뢰를 얻는 것도 물건너간다. 진정성을 통해 획득된 신뢰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사는 행동이다.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보험을 사듯이 모든 미래의 불확실성을 막기위해 돈으로 해결해야된다. 진정성과 신뢰가 결여되면 실제 생활하는 데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