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어떻게 활력을 상실할까?
우로보로스 신화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는 변화전략에 관한 세미나에 초대되어 근원적 변화에 관해 이런 저런 제안을 드리면 임원들은 공감을 표하며 다른 제안을 한다. 이런 세미나는 자신들에게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들이 현업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세미나도 해달라고 제안한다. 이들의 제안대로 현업의 종업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세미나를 개최하면 이들도 같은 제안을 한다. 이런 좋은 세미나는 자신들보다는 임원진들께 먼저 해주시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한때는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활력을 상실해가고 기업들의 공통점은 구성원들이 나눠져 대부분 문제가 상대에게 있다고 전가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우로보로스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우로보로스의 씨앗이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시포스 돌 굴리기에 비유되는 순환론은 구성원을 소진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순환론의 종착지는 희랍신화에도 등장하고 배고픈 뱀이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우로보로스 (그리스어: ουροβóρος)다. 우로보로스는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이다.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삼키는 모습으로 여러 문화권의 벽화에 등장한다. 실제로 사진에도 보듯이 뱀은 배가 고프면 자신의 꼬리를 먹어 스스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우로보로스는 신화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무시하고 오직 결과와 성과만을 추구하면 우로보로스는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시장이 침체해 경기가 어려워지면 투자한 것을 초단기적으로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쪼들리게 되고 차츰 원인과 결과 사이의 과정이 무시된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결과와 원인을 구별하지 않고 결과만 최대한 빨리 달성하려고 시도한다. 초단기 성과 중심주의는 원인, 과정, 결과를 유기적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붕괴시킨다. 우로보로스는 결과가 원인을 먹는 악순환을 상징한다.
경기가 받쳐줄 때는 이런 문제가 감춰지지만, 경가가 어려워지면 우로보로스는 시스템과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이들의 사업 방식은 아랫돌 뽑아서 윗돌을 막는 다단계 금융사기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배당금을 돌려막는 우로보로스를 일삼다가 결국 상황이 어려워지면 파산을 선고하고 도주한다.
돈이라는 원인이 돈이라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순환론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한 기업의 시스템뿐 아니라 비즈니스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악순환의 원인이다. 예를 들어 경기가 어려워지면 현금 여력이 있는 큰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무차별적으로 인하한다. 현금 여력이 없는 동종업계의 중소기업들도 같이 가격을 내리지만 경쟁이 되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시장은 돈 놓고 돈 먹기의 게임으로 승패가 갈리는 살벌한 동물의 왕국이 된다. 생태계의 허리를 구성하던 대다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해서 잡아먹히는 우로보로스가 현실이 된다. 경쟁자가 사라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은 다시 가격을 올리고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뱀에게 먹히는 꼬리가 된다. 이런 우로보로스 게임이 반복되면 생태계 자체가 붕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