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20 11:02
[N.Learning] 일그러진 영웅은 어떻게 탄생했나?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889  
일그러진 영웅은 어떻게 탄생했나?
엄석대 vs 한병태 이야기
윤석열은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상징한다. 일그러진 영웅은 1950년대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권력과 부조리, 그리고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석열 이야기는 전두환이 계승한 1950년대 일그러진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75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시 부활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주인공 한병태는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 온 후, 반장인 엄석대를 만난다. 엄석대는 뛰어난 성적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학급을 장악하고, 교사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독재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말이 안되는 독재를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안 한병태는 처음에는 반발한다. 하지만 점차 엄석태가 주는 권력의 유혹에 굴복하고, 스스로도 엄석대와 같은 권력을 맛본다. 한병태는 초기에는 엄석대의 부당한 행위에 맞서 싸우지만, 점차 그의 권력에 휘둘리며 스스로도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함에 따라 엄석대의 권력이 무너지고 한병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근원적 변화를 시작한다. 더 이상 권력에 탐욕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은 한병태가 어른이 되어 엄석대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문열은 엄석대가 어른이 되어서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상상의 영역으로 남겼다. 아마도 어른 세상이 엄석대 같은 사람들로 포진해 있다면 엄석대는 모습을 바꾸어가며 성공적인 삶을 산 입지전적 인물로 포장되어 있을 것이다. 산성화된 세상이 충분히 중화되었다면 엄석태는 그냥 과거를 숨기고 사는 평범한 인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문열 작가는 한병태와 엄석대의 대립구조를 통해 사람들이 누구에게 더 먹이를 주는지에 따라 사회가 발전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음을 설명한다.
50년전 충암고를 같이 다녔던 엄석대와 한병태가 2025년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로 탄생했을까? 일단 공부를 좀 하는 머리가 있는 유전자 복권을 타고 태어났을 개연성이 높다. 머리가 좋은 것을 이용해 부유한 부모라는 유전자 복권까지 탄 사람은 과외를 통해 서울대로 진학하고 이런 유전자 복권까지 타지 못한 사람들은 육사로 진학했을 것이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하거나 장성이 되어 권력에 입문한다. 괜찮은 머리로 권력을 가진 상사들의 가려운 점들을 긁어 주어가며 성과를 낼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가 엄석대가 되지는 않는다. 엄석대로 탄생하는지 한병태로 탄생하는지를 결정하는 사건이 있다.
권력의 맛을 본 엄석대는 자신에게 이입되는 자료로 자신이 세상을 보는 눈에 해당하는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과대적합화(Overfitting) 시킨다. 과대적합화 되면 과대적합화된 정신모형은 이에 적합한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이입해서 초 과대적합화 모형을 만든다. 과대적합화 모형을 따르지 안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노상강도가 사용하는 칼로 이용해가며 굴복시킨다. 생각이 있는 대부분의 한병태는 이 시점에서 떨어져 나가지만 권력을 생계의 수단으로 치부하는 한병태는 엄석대를 떠나지 못하고 같이 공멸하는 길을 택한다.
머리가 좋은 것은 학습을 위해 제공되는 데이터에 따라 양면성을 갖는다. 뛰어난 컴퓨터에 쓰레기 데이터를 제공하면 컴퓨터는 쓰레기를 산출하는 원리다. 편파적 쓰레기 데이터는 좋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의 학습을 망치고 이들 인생을 쓰레기로 전락시킨다.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은 이들이 과도적합화된 알고리즘을 더 강화하여 이들이 초 과도적합화된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편파적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주범이다. 윤석열, 김용현, 여인형을 엄석대로 키운 힘은 태극기 부대를 팬으로 두고 있는 극우 유튜브 방송, 이들이 제공하는 편파적 데이터, 이들을 응원하는 댓글 부대 간 협업의 결과였다.
플라톤은 이들을 동굴 속 그림자를 세상으로 알고 사는 동굴맨이라고 불렀다. 베이컨은 과대적합화된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동굴의 그림자를 우상으로 믿는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세상이 보내는 온전한 데이터를 가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코끼리 부분을 만져가며 코끼리를 추론하는 장님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코끼리 부분을 표집한 데이터를 자신이 직접 경험적으로 지각한 데이터라는 믿음으로 광신하기 시작하면 이런 데이터로 만들어낸 코끼리에 대한 정신모형은 과대적합화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삶은 거대 코끼리에 구멍을 판 토굴맨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을 지켜보면 마치 개의 꼬리가 개를 흔들어대는 비상식적 모습을 재현한다. 정신모형에 종속된 노예 상태에 도달하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만끽하는 자유도를 상실한다.
국가간 문화를 비교하는 홉스테드의 추정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다른 문화권의 나라에 비해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성향이 극단적으로 높다.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머리 좋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과도적합화된 정신모형을 만들고 이 정신모형을 현실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산다. 이런 모습은 꿩이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덤불 속에 머리만 숨기고 포수를 피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장두노미 藏頭露尾).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꿩의 정신모형에 사로잡히면 모두 포수의 사냥감으로 전략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헛똑똑이들이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도적합화된 정신모형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에 맞춰 학습 데이터를 편애 한다면 우리도 윤석열과 같은 일그러진 영웅의 운명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삶을 학습시키는 것은 SNS/유튜브가 어떤 먹이를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좋은 데이터를 걸러내는 내력을 상실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의 약한 고리를 공격해 우리 삶을 쓰레기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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