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12 11:41
[N.Learning] 황금알을 낳는 거북이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679  
황금알을 낳는 거북이

이군상 씀

매일 매일 황금알 하나씩을 낳아주는 거북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니 아직은 부화시키는 중입니다.
부화만 잘 시켜놓으면 알아서 잘 크고, 황금알을 꼬박꼬박 낳아주는 착한 애 입니다.
소린가 궁금하시죠?
가능하다면 페친님도 한 마리 키우고 싶으시죠?
부화 방법은 첨부한 사진 두 권의 책에 모두 나와있습니다.
자신의 황금거북이를 부화시키는 방법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내 경우는 '무지 짧은 소설'들을 써서 모으는 방법으로 황금거북이를 부화시키고 있습니다.
아래에 "급진거북이"의 저자 소망을 나 만의 이해 방식으로 창작한 '무지 짧은 소설?' 한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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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 종묘
이진우는 한때 야망이 컸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며 깨달았다.
야망은 스스로를 불태우고, 현실은 이상보다 단단하다는 것을.
그는 최근 마케팅 2팀의 팀장으로 승진했다.
회사에서는 그를 ‘성장 중인 리더’라고 칭찬했지만, 정작 승진은 축복이라기보다 폭풍의 한가운데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2팀은 너무 실적이 낮아요. 무조건 목표를 달성하세요. 방법은 뭐라도 상관없어요.."
직속 상관인 박이사님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팀원들은 모두 지쳐 있었고,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단순한 숫자 노동자가 아닙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알았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바로 밀려날 거라는 것을.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목표에 목적의 밀알을 종묘하는 것."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그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이름도 표나지 않게 지었다. “A-List 고객 관리 프로그램"
팀원 중 호기심 천국이라는 김성진이 물었다.
"팀장님, 이게 뭐예요?"
"자주 구매하는 고객들한테 좀 더 친절하게 응대해 보자는 겁니다."
"그런 건 원래 하던 거 아닌가요?"
"맞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요."
그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 실험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 구축의 씨앗이라는 것을.
목표를 직접 말하는 대신, 작은 목표 속에서 목적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처음 몇 달 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그냥 하는 일 하나 늘었다"고 생각했고,
박이사님은 여전히 실적표의 숫자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박이사님이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객 불만도 줄어들고, 긍정적인 피드백도 증가하는 것이다.
팀원들은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이 방식이 더 효과적이네요."
"그런데 왜 회사에서는 이런 걸 안 했을까요?"
그는 대답 대신 속으로 되뇌었다.
"회사는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신뢰의 씨앗을 뿌리는 중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 씨앗이 싹트는 걸 모두 보게 될겁니다."
분기 실적 발표 날이었다.
이진우는 조용히 자신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분기 대비 팀의 재구매율 15% 증가."
"고객 만족도 20% 상승."
"반품률 10% 감소."
다른 팀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실속 없는 무리를 하는 동안, 이진우 팀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갔다.
처음엔 별 신경 쓰지 않던 임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거죠?"
업무 총괄 임 전무님이 물었다.
이진우는 짧게 대답했다.
"고객의 신뢰를 쌓았습니다."
임 전무님은 눈살을 찌푸렸다.
"추상적인 소리 말고, 실질적인 방법을 말하라구요."
"그게 제가 한 전부 입니다."
그는 말을 아꼈다.
1년 후, 변화가 시작되었다.
기존의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이 수정되었고
다른 팀들도 ”A-List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회사의 장기적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이 변화가, 이진우팀장의 조용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목적의 밀알을 심는 사람은, 과수원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한 알의 씨앗을 심고, 기다릴 뿐이다."
그는 아직 팀장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불만스러워 하지도, 불안해 하지도 않는다.
그는 확신이 생겼다.
”변화란 요란한 혁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조용한 실천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그가 심은 밀알 하나가 버려진 산성의 텃밭을 꽃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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