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훌륭한 성군으로 추앙되는 것은 백성들의 고통을 본인의 고통으로 내재화하고 이것을 백성들과 함께 행동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요즈음 말로만 국민들을 아픔에 동참하는 시늉을 하는 연기하는 정치가들이 갑자기 많아진 대한민국을 보며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세종은 귱휼(compassion)의 지도자였다. 조선백성의 가장 큰 아픔은 어려운 한자를 읽고 쓸 수 없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의 생존 수단조차 박탈되었다는 아픈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결국 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을 독려해서 한글을 창제했다. 긍휼감은 세종이 보인 것처럼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하고 타인과 함께 이를 원인의 수준에서 행동으로 풀어가는 성향이다. 긍휼감은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는 수준인 공감(empathy)나 고통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위로(sympathy)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역량이다. 고통을 원인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행동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리더는 아니다.
어떻게 하다 우리는 세종을 잃어버렸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세종과 같은 큰 정치가가 못되는 이유는 모든 것을 공감이나 위로의 수준에서 처리하는 것을 문제해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가진 근원적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고통의 원인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하지 못한다. 고통이 더 불거져서 상처가 생기면 이 상처에다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먹이는 위로 수준의 해결을 문제해결이라고 들고 나온다. 대한민국의 정치가들은 한번도 고통의 원인을 이해해 근원적 수준에서 문제를 푼 적이 없다. 긍휼감이 없고 그냥 위로나 공감을 가지고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수준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나는 진보나 보수, 빨갱이와 토착왜구 등 이런 시대착오적 논쟁에서 정치가들이 빨리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고 본다. 대한민국시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고통을 행동으로 풀 수 있는 정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다. 미래의 제대로 된 정당들은 국민의 고통에 대한 제대로 된 긍휼감을 놓고 벌이는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선거 때만 되면 항상 서민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서민 시장에서 코스프레를 하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정치를 들어보면 서민의 고통에 대해 생각조차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국민들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국민의 고통이 경쟁 당 때문이라고 비난하는데 온 시간을 쏟는다.
집권당도 국민의 고통을 위로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지 제대로 된 긍휼감에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위로가 단지 위로를 끝날 때 국민들은 더욱 분노한다. 위로는 기대감을 키운다. 국민들은 이런 기대감을 배신하고 위로가 위로로 끝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집권여당은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는 위로하는 능력을 넘어서 국민들의 고통을 긍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은 진짜 정치가를 우리들의 대표로 세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에 대한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못하며 구태의연한 선배들이 물려준 진보 보수의 논쟁으로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시대착오적 정치가들은 퇴출 1순위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혁명의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은 더 이상 진보 보수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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