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를 관전하다보면 역전으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원인을 분석해보면 감독의 탁월한 전략 때문이다. 지는 팀의 감독들은 전반전에 졌을 경우 전략을 바꾸기보다는 자신들의 전반전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결론내리고 후반전에는 자신의 전략을 바꾸는 대신 제대로 실행되도록 강화 작전을 짠다. 역전하는 팀의 감독은 후반전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전반전에 자신들이 썼던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후반전에는 상대의 전략에 대응해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게임에 임한다.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의 삶의 원리도 비슷하다.
만약에 내가 남들보다 하루라도 더 길게 볼 수 있다면 덤으로 얻은 하루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전략을 보고 여기에 대응해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얻는다. 일주일 동안 경쟁한다고 생각할 때 상대는 6일간만 싸우는 전략을 세워 실제 6일이 지나면 게임은 이기던 지던 종결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루를 더 길게 잡고 사는 사람은 6일간 경쟁에서 자신이 졌었다면 마지막 7일째 상대의 전략을 보고 내 전략을 수정해서 게임에 승리한다. 9회말 막바지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긴 시간개념을 가지고 산다면 마지막 게임에서는 항상 이긴다.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비밀은 경쟁자보다 항상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적 안목을 가졌다는 점이다. 긴 안목에서 도출해낸 최적화된 결론은 단기적으로 도출해낸 최적화보다 해결책의 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인생에서의 승리는 이 장기적 최적화를 반영한 마지막 게임에서 판가름난다. 장기적 마라톤 경기에서 초반 스퍼트를 내는 사람은 항상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머리는 비상한데 단기적 시간전략에 목메다가 더 좋은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단기적 시간 개념에 경도된 친구들은 수업이 발생하는 기간에는 인사도 잘하고 모든 것을 동원해 교수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지만 일단 성적이 나가고 나면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교수의 경우에는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성적 말고도 장학금, 인턴십, 취업기회, 추천서. 유학, 네트워크 연결, 삶에 대한 맨토링 등 생각보다 많다. 본인은 지혜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단기적 시간개념에 경도된 학생들은 이런 성적이후에 발생하는 차후의 기회와 혜택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이런 친구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 마다 나타나지만 교수들은 이런 친구가 찾아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남들은 다 장기전략을 쓰는데 자신만 단기전략에 머문다면 실패를 위해 운명지워진 것이다.
옛날 고승들이 자신의 수제자를 훈련시킬 때 상당히 장시간을 허드랫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도 이 제자가 어떤 시간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함이다. 장기적 시간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재능이 뛰어나도 학습과 축적을 통해 고수로 성장할 개연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말 고수들이라면 자신의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상대를 만나면 장사꾼으로 생각해 심각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대학교수에 지원하던 아는 지인 이야기다. 처음 지원한 학교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탈락한 학교의 교수들에게 찾아가 욕을 해가며 격하게 항의했다. 교수들도 탈락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 다음 기회에 채용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생각이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분에 대한 소문이 대학가에 퍼져 이분은 역량이 됨에도 평생 대학교수가 되지는 못했다.
인간 평균수명은 조만간 120살에 이를 예정이다. 수명이 연장되면 충분히 더 살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므로 더 긴 안목을 가지고 시간을 충분히 여유롭게 쓰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연장될수록 사람들은 더 초단기적으로 더 바쁘게 시간을 운용한다. 시간을 초단기적 구간으로 쓰는 사람들은 열심히 해도 삶이 생계를 넘어 번성으로 이어지 못한다. 단기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앞에 일어난 사건들이 짧막하게 끊어져서 종결되고 리셋되기 때문에 학습으로 축적되지 못한다. 성공적 학습은 다 실패가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그냥 실패를 실패로 종결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우를 무한반복한다. 성공이 따라올리가 없다.
초단기적으로 시간을 운용할수록 장기적으로 활력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초단기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면 활동이 많아져서 같은 시간내에 사람들과 만나는 상호작용 빈도도 높아지고 따라서 사회적 밀도가 높아진다. 사회적 밀도는 사람들을 숨가쁘게 만들고 숨가뿐 활동은 산소소비를 늘리고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 결국 자신 생태계에서 엔트로피를 과도하게 증가시켜 스스로 소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이 절대적으로 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도 시간개념의 차이 때문이다. 인간의 시간은 생명이 유지되는 정해진 기간에 국한된 반면 신들은 영생이라는 시간개념을 가지고 인간에게 지혜를 가르쳐준다.
다른 사람보다 하루라도 더 장기적 안목으로 더 긴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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