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는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정신모형의 감옥에 의존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엄연한 현실로 인정한다. 현실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정신적 감옥으로부터 탈출해서 감옥 밖에서 세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시도한다. 이들은 상대와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 차이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와 같은 시도는 종종 무의로 끝나게 된다. 이들의 이런 행동만으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신모형 감옥 밖으로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공동의 세상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다른 구성원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진성리더와 구성원 사이 존재하는 관계적 불확실성은 이와 같은 노력을 격려하는데 절연장치가 된다. 관계적 불확실성은 둘 사이에 신뢰를 전제로 아낌없이 무엇을 주고받는 관계로의 발전을 막게 된다. 관계적 불확실성이 있는 한 둘 사이의 거래는 항상 조건적 거래의 수준에 머물고 심각한 일을 도모하기 위해선 엄청난 거래비용이 청구된다. 진성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정신모형의 상자 밖으로 나오는 삶의 중요성을 설파하더라도 구성원과 리더 사이에는 관계적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진성리더들은 상대에게 자신의 정신모형에서 탈출하라고 강요하기 이전에 둘 간의 관계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단 관계적 투명성이 확보되면 둘 사이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과외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관계적 투명성을 구축하기 위해선 리더는 평소에 구성원을 존재론적 관계로 대우해야 할 뿐 아니라 구성원과 관련한 행동과 동기와 정서에서 투명성을 견지하는 모습을 통해 리더 자신이 매력적이고 건강한 정신모형에 의존한 삶을 통해서 성장과 삶의 의미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말과 행동의 일관성
정신모형 1은 불완전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때그때마다 불확실성을 제거할 목적으로 이론이 제안되고 이 이론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검증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신모형 1은 주먹구구식으로 검증되어 믿음으로 변해버린 이론들의 체계이다. 이론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나름 유용성이 있었다. 문제는 이론과는 독립적으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초기에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던 이론들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쳐지지 않는다면 유용성이 떨어지고 이 유용성이 떨어진 이론들을 합리화하는 이론체계가 가미된다. 이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정신모형의 감옥 속에 갇혀 사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신모형 1 속에 담겨있는 이론체계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것에 근거해서 말을 할 경우 한 상황에서 한 말이 다른 상황에서 한 말과 어긋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또한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도 발생하지만 정작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상황에 따라서 행동도 달라지지만 역시 본인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정신모형의 불완전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신모형은 사람들이 행동하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결정해주는 암묵적 근거를 제공해주는데 이것이 결함투성이 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관계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구성원들을 자신의 적극적인 거울로 이용해서 이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 반성하는 길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가 먼저 겸손한 자세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몸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는 진성리더들의 기본이다. 정신모형의 결점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많은 리더들은 직책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감옥에 더 갇혀 사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진성리더와는 거리가 먼 CEO들 중에는 귀머거리 CEO가 많다. 많은 진성리더와는 거리가 먼 CEO들은 자신의 재임기간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을 이야기 해달라고 하면 문제적 사건을 회사에서 가장 늦게 보고를 받은 때라고 고백한다. 일찍 보고를 받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도 해결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알게 되어 손을 쓸 수 없었던 일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건의 고백은 평소 자신이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CEO는 회사에서 누구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권한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CEO에게 보고할 때 CEO가 듣기 좋아하는 건으로 필터링해서 전달하게 마련이다. 또한 CEO가 하는 말에 대해서는 누구도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하기 마련이다. 긍정적 피드백만을 받게 되면 CEO는 자신이 하는 말은 항상 옳다는 믿음에 빠지게 마련이다. 일단 이런 믿음에 빠지게 되면 CEO는 자신을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가두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말은 항상 옳다고 믿고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듣기보다는 주로 말을 하는데 더 시간을 쏟게 된다. 듣지는 못하고 말만 하게 되면 어느 시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귀머거리라는 장애의 상태로 만든다. 귀머거리 장애는 말을 할 수 있지만 듣지를 못하기 때문에 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이다.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귀머거리 장애를 가진 분들이 하는 대부분의 발음들은 들을 것을 적절하게 피드백 한 상태에서 교감 있게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을 해도 상식적인 귀를 가진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음성이 되어 전달되어 진다. CEO가 하는 말들이 어느 시점이 되면 극단적으로 귀머거리 분들이 세상에 대해서 전달하는 음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변질된다. CEO는 귀머거리라는 뒷담화가 회사에서 난무하나 이 진실을 누구도 전달하기 싫어한다. 누가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 것인가? 그러나 CEO들 중에는 큰 귀를 가진 뛰어난 진성리더로의 CEO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은 말하는 데 보내는 시간보다 듣는데 시간을 많이 쏟는 훌륭한 CEO들이다.
귀머거리 CEO와는 달리 진성리더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행동이 앞서지만(walk the walk) 굳이 말로 표현하는 국면에서는 반드시 행동으로 이를 마무리 한다(walk the talk).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취하는데 있어서도 균형 잡힌 자세를 견지한다. 자신의 과거나 주변에 대해서 허풍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자기자랑이나 연줄에 대한 과시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거울에 먹칠을 해놓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진성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서 자신의 정신모형의 결함을 끊임없이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 보다는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고 조언을 구한다. 이와 같은 지속적 노력이 구성원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즉 관계적 투명성을 구축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동기의 투명성
진성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적 불확실성은 리더들의 동기 불확실성에 의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리더를 믿고 따르기 위해서는 리더 전하는 말과 행동의 동기가 순수하다고 생각할 경우이다. 사람은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의 동기가 어느 수준에 고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소인배 정치가 리더로 나눌 수 있다.
소인배는 모든 것을 자기의 이득을 극대화 하고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동과 말은 이와 같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로 모두 설명되어진다. 정치가들은 모든 사람들을 우리 편과 남의 편인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나눠서 내집단의 이득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다. 리더들의 삶은 내집단과 외집단을 통합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구현하는 일에 삶의 궁극적인 동인을 찾는 사람들이다. 소인배나 정치가들도 상황이 좋게 돌아 갈 때는 리더의 마인드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의 복리를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이들의 본심이 드러나는 것은 이익이 충돌할 때이다. 개인적 이득과 내집단의 이득이 충돌할 경우 소인배는 항상 개인적 이득을 취하고 내집단의 이득을 희생한다. 정치가들은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 행동하지는 않아도 자신의 집단의 이득과 타인의 집단의 이득이 충돌할 경우는 타인 집단의 이득을 희생시켜가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긴다. 그러나 정치가들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과 자신 집단의 이득이 잘 조율되어 있는 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것이 어긋나는 순간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정치가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직업으로 정치꾼인 것이다. 정치가들의 역량은 외집단과 거래를 통해서 내집단에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오게 할 수 있는 협상능력이다. 리더들의 더 포괄적인 우리의 비전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개인적 희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정치가와 리더를 구별해 주는 획이다. 리더의 희생은 구성원과 리더 사이의 동기의 차이에서 오는 관계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진실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도와준다.
맬 깁슨 주연의 영화 “우리는 군인이다”라는 영화에서 맬 깁슨의 분장한 무어 중령의 베트남 전쟁에 들어가면서 부하들에게 한 연설은 자발적 희생이 진성리더와 부하들 간에 동기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다음은 무어 중령의 연설문이다.
우리는 막강한 적과 힘든 싸움을 하기 위해서 전쟁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내가 감히 여러분을 다 살려서 무사히 귀환시킬 수 있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 앞에 굳건히 맹세컨대 전쟁터에 첫 발을 들여 놓을 때 맨 앞에서 선봉에 서는 사람도 나이고 후퇴를 할 때도 마지막으로 발을 뺄 사람도 내 자신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는 제군 어느 누구도 뒤에 남겨 놓고 철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죽든 살든 우리는 같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신의 가호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김구선생은 뛰어난 정치가라기보다는 리더였다. 평소에 김구선생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해 심경을 토로해가면서 한 김구선생의 독백이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요, 또"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하면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김구선생의 뛰어난 점은 더 큰 우리를 향한 비전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아마도 두 번째쯤의 질문에 가서는 자신의 숨은 심경을 고백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해가면서 정치적 속내를 내 비쳤을 것이다. 진정한 우리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김구선생은 대한민국의 독립만 될 수 있다면 독립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문지기를 자처하였다. 이와 같은 희생적 행동에 대한 몰입은 김구선생에게 대한민국의 독립이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명백백하게 전달해 준다.
많은 리더들은 동기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관계의 진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희생의 순간 그분들이 이야기 하던 비전은 생명을 구성원들의 마음에 심어지게 된다. 예수의 십자가, 간디의 희생, 부처의 사리 속에는 진성리더들의 희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서적 교감
마지막으로 관계적 투명성의 장애요인은 상대와의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과의 충분한 정서적 교감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에서 생긴다. 정서적 교감이 없이는 어떤 리더도 구성원의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리더가 아무리 강력하고 멋있는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구성원와의 정서적 교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 정신모형이 구성원의 마음에 심어지지 않는다. 구성원의 마음에 심어지지 않는 한 구성원의 자발적 행동을 동원할 방법이 없다. 구성원의 마음에 심어지지 않은 정신모형이나 지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물리적인 수단이나 강제적 인센티브가 동원되어야 한다.
리더가 구성원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관계적 투명성을 구축하는 방법은 정서적 지능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많이 제시되어 왔다.
정서적 지능의 첫 번째 요소는 자신의 정서적 흐름을 잘 이해하는 일이다. 자신의 내면적 생리적 단서를 자신의 정서적 느낌과 연결해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서적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다. 또한 어떤 국면에서 자신이 잘 화를 내는 성향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거나 민감한 정서적 변화를 다른 사람보다 잘 느끼고 있거나 자신이 정서적으로 방어적이 되는 순간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이다. 정서적 지능의 두 번째 요소는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국면의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피해나가는지를 잘 알고 있거나, 재미없는 일을 할 때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알고 있거나,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을 때 참고 평온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거나,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국면은 다른 사람의 정서적 흐름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정서적 영향력을 잘 판단하고 있고, 다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를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이 정서에 공감을 잘 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마지막 차원이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차이를 관계를 개선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정서적 갈등을 잘 해결해나가고, 정서적 차이를 통합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다른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해서 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정서적 지능의 세 번째 요인은 한 마디로 공감능력 empathy 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진정한 공감능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한 인격으로 동경 sympathy하고 연민 compassion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찍이 유홍준씨는 자신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상대에 대해서 진정으로 동경과 연민의 눈으로 보면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이때 새롭게 발견한 상대는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던 상대와는 전적으로 다른 대상으로 태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민 compassion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com 열정 passion을 느끼는 상황을 말한다. 연민은 단순히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고통조차도 같이 감내하려는 준비된 마음이다. 연민은 진성리더가 정서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때 반드시 동원하는 핵심적 마음의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