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이 없는 조직이라면 분명 주인은 따로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일한 댓가로 돈을 받는 조직일 것이다. 억대의 연봉을 받아도 주인이 시키는대로 일한 댓가로 이 돈을 받는다면 억대의 월급장이에 불과할 뿐이다. 천만금의 월급을 준다해도 월급장이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면 이들은 주인의식을 연기할 뿐이다. 이 주인의식은 주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연기하는 것이다. 월급장이들에게 주인의식은 허위의식일 뿐이다.
허위의식으로 주인의식이 아니라 진짜 주인의식은 불가능한 것일까?
최근에 주인역할을 스스로 수행하도록 해서 종업원들에게 진짜 주인의식을 만들어주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이 쓰는 방식이 Role Crafting이다.
주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스스로 스토리를 스스로 쓰고 이 스토리대로 산다면 주인이 된다. 돈이 아무리 많이 있고 권력이 넘쳐도 자신의 스토리를 쓰지 못하고 쓴대로 살지 못한다면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자신이 삶의 스토리를 스스로 쓰고 스토리대로 살 수 있다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을 체험하는 것이다.
Role Crafting의 핵심은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때 이 주인은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를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역할이란 상대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이다. 이 질문에 따라 해야할 역할이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다시 다음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End user들에 해당되는 고객이 자신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인 역할이 무엇인가이다. 이 두 기대에 맞추어 지금 역할을 고치거나 새로운 역할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때 어떻게 역할을 만들(crafting) 것인지가 핵심이다. 팀의 경우라면 팀원 각자가 이 두 질문에 따라 만든 역할들의 가안들을 가지고 팀원들과 의견조율을 통해서 팀이 운영하는 각자 역할들에 대한 원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Role Crafting에서는 고전적 직무분석으로 회사가 써준대로 일하게 하는 방식인 직무기술서 내지는 직무명세서 등이 주인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진짜 주인의식을 만들고 싶으면 직무기술서 직무명세서부터 버리라고 조언한다.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1980년에 설립돼 2017년 기준 매출액 160억 달러, 직원 수 9만 1천여 명에 북미와 영국 지역에 456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존 매키(John Mackey)는 구성원들에게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이다. 매키가 나서서 직원들의 역할을 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정한 사명에 따라서 회사가 기대하는 바대로 역할을 crafting한다. 실재 종업원도 진짜 주인 매키의 존재를 크게 인지하지 못한다.
매키에게 계산대에서 일하는 한 매장의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어떻게 사명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일할 수 있는지 물었다.
"거참,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큰 팀이라면 기본 운영 원칙에 혼선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요. 궁금하시다면 전화해서 물어보십시오. 장담하건대 그들은 분명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그 방식이 뭔지 나도 궁금하네요."
Whole Foods Market의 사명은 온전한 식품(Whole Foods), 온전한 직원(Whole People), 온전한 지구(Whole Planet)이다.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홀푸드마켓은 직원들이 전적으로(whole) 자신의 역할에 대한 스크립트를 쓰고 그들에게 자신들이 정의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심지어 팀원을 채용하는 것도 직원들의 몫이다.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다하는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 단 조건이 있다. 이들이 설정한 역할이 회사의 사명을 달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게 된 바탕에는 바로 사명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자신이 만드는 주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홀푸드마켙은 허위의식인것을 알면서도 주인의식을 연기하도록 강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종업원이 스스로 자신의 주인역할을 설계하고 쓰도록 하는 회사이다.
월급쟁이에게 주인의식을 아무리 강조해도 연기하는 허위의식으로 끝난다. 회사가 목적과 사명을 분명히 하고 종업원들이 이 목적과 사명이 기대하는 바대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고 협의하게 할 수 있는 회사들만이 종업원이 주인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