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도라고 생각하면 정부 관공서건물이나, 대학건물들을 상상하지만 제도화의 핵심은 사람들 마음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식이 된 상태가 제도화이다. 어떤 관행을 시작했는데 어느 누구도 이 새로운 관행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은 이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관행과 관련된 건물은 없지만 사람들 마음속으로 어떤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이 상식적 관행은 건물만큼이나 단단한 현실이 된다. 실제로 이 관행을 고치려한다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세우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당연하게 상식으로 받아들이면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는 관점이 고정되어서 지켜야 할 것만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제도화되어 모두가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여기에다 대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사람들은 이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할 것이다. 어른에 비해 어린이들은 아직 제도화의 덫에 갇히기 전의 삶을 살기 때문에 어른보다는 자유롭게 창의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결사적으로 상식적 제도의 덫에 가두려고 노력한다. 창의적 질문 공작소가 되어야 할 학교는 어린이들을 더 완벽하게 상식의 감옥에 가두는 훈련소이다. 어린이들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질문을 잃어버린다. 어른이 되면 질문하는 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답을 빨리 찾는 방법을 찾기에 혈안이 된다.

질문을 잃어버리고 살아도 문제가 안되는 세상은 고정된 세상이다. 10년전의 답이 오늘의 답이되고 미래의 답으로도 고정된 세상이다. 정해진 답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답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21세기의 세상의 이런 세상의 바램과는 달리 변화가 심각해서 어제의 답이 오늘의 답이 될 수 없는 세상으로 변화했다. 변화가 상수가 되어 어제의 답을 오늘의 답으로 제시하는 경우 실패의 확율만 키우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당연함의 제도적 감옥소에서 탈출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일까?

첫째는 성장체험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습을 통해 성장을 하기 때문에 어제 자신이 입었던 옷이 지금 맞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들이다. 옷이 맞지 않는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새 옷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지? 새옷은 어떻게 만들지? 이런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모든 이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나를 가두었던 비좁은 감옥이고 알 속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게 한다. 이 감옥에 자신을 맞추어 성장을 스스로 멈추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둘째는 감옥에서 뛰쳐나올 뿐 아니라 나를 감옥에 가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 자기 정의 정체성(self-defining identity)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또 다시 억울하게 갇혀사는 고통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얼마전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제도적 감옥에서 튀쳐나와 "이게 나라냐?" "이게 대통령이냐?" "이게 정치냐?"라는 자기정의 정체성 질문을 던져 나라를 촛불혁명으로 이끌고 변혁을 완성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기정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우리를 구속하는 제도자체의 존재이유에 대한 거시적 질문이다. 자기삶에 대한 목적과 사명이 분명한 사람들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질문을 잃어버린 이유는 성장을 멈춘 것과 사명을 잃어버려서 자기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