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연임에 대해 국민연금, 가치투자기관, 소액주주들이 연합해서 비토권을 행사했다. 조양호 회장은 공식적 거버넌스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지만 한진칼과 자신의 아들과 현경영진, 친경영적 노조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대한항공 사태의 가장 큰 적폐세력은 노조로 보인다.
21세기 디지털 혁명시대를 살고 있는 기업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일없이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행사하면 할수록 대한항공은 존경받는 기업시민으로 거듭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의 기업성과도 지지부진해질 것이다. 대한항공은 제대로 회생하지 못하고 국가의 혈세로 연명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늘 마침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CSR이나 Impact Investment를 넘어서 기업이 당당한 기업시민으로 거듭나는 모습들에 대해서 제안하는 책 <기업시민의 길: 되기와 만들기>가 출간되었다. 송호근교수가 편집과 글머리를 맡고 나를 비롯해 이재열, 한준, 조준모교수가 한 꼭지씩을 맡아서 책을 출간했다.
내가 맡은 꼭지는 <기업생태계 공진화를 위한 비밀코드: 기업시민운동>이라는 주제다. 내가 제시한 핵심포인트는 제대로 된 기업의 기업시민의 역할이 이윤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 혁신자로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이런 기업 차원의 시민활동을 통해 기업이 지금처럼 불확실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직하고 선도하는 일을 한다면 기업시민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반대로 어떤 기업이 사회적 가치 혁신을 통해서 미래를 창출하는 시민의 일보다는 다른 선진기업들의 기업시민활동 관행을 베끼는 것으로 기업시민이 되었다고 주장한다면 경영상 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존경받는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업의 개념과 기업의 사명을 끌개로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을 여기에 맞춰 정렬시키고 구조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시대의 변화 속도를 선도해가며 제 역할도 못하는 기업들은 기업시민이 아니라 국가의 세금으로 간신히 생명을 연명하는 사회의 부채일 뿐이다.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이윤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혁신하는 일이기 떄문에 이 일을 수행하는데 일반의 기대를 넘어서 역할을 해주는 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시민이다.
책에는 CSR과 기업시민의 개념은 어떻게 다른지, 최근 포스코에서 최근에 주창하고 있는 기업시민개념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기업시민 개념을 제대로 실천해서 생태계를 공진화 시키는데 성공한 회사들은 어떤 회사들인지 등을 탐구했다.
대한항공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경영을 일신해서 제대로된 기업시민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비난과 사회적 부채의 상태에서 당당하게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상태로보면 대한항공이 기업시민으로 태어날 수 있는 희망은 경영진이나 일반노조이라기보다는 일반직원들에게 달려있다. 기업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넘겨준 횃불을 꺼트리지 않고 자랑스런 기업시민 대한항공을 만들 수 있도록 응원한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나와 같은 믿음으로 직원들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건강한 경영질서는 위에서 만들어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접점에서 현업을 맡고 있는 종업원들에서 조직되어 위로 전파되어질 때이다. 현재의 대한항공을 살려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경영진이 아니라 종업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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