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임파워먼트 조차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된 국면에서 새로운 문제가 겹쳐서 찾아들었다. L자 경기와 저성장이 New Normal로 정착함에 따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일을시키고 정해진 연봉이상의 어떤 당근책을 동원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반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져서 직원들이 최소한의 일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회사의 전략을 집행하려는 의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 보상도 제대로 못하는데 여기에 임파워먼트를 한다고 권한을 부여하고 일을 더 시키고 책임까지 더 지라고 한다면 상처에다 침을 뱉는 꼴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종업원들의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출근하면서부터 행복도가 낮아지기 시작해서 3시면 바닥을 찍고 퇴근할 때쯤이면 상승하기 시작해서 저녁 9시쯤 되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결국 L자 경기와 임파워먼트는 종업원들을 좀비로 만든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서 더 몰입해가며 창의적으로 일을 해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의 마음은 점점 회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회사로부터 마음이 떠난 종업원들의 마음을 회사로 불러들이는 인게이지먼트의 문제가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인게이지먼트란 약혼자와의 관계처럼 자신의 일에 진심을 섞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를 떠나있는 영혼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어 일에 개입시키는 것이 인게이지먼트이 핵심이다. 종업원의 영혼을 회사로 불러들이려면 회사도 영혼을 복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영혼이 사라진 회사에 영혼이 있는 생생한 사람들이 몰려들 리 없다. 사기꾼 주위에는 사기꾼만 모이고 영혼이 사라진 좀비 회사에는 좀비들만 모인다.

회사가 영혼을 복원했다는 것은 사명의 복원을 의미한다. 사명이 복원되어 회사가 사명을 중심으로 건전한 text를 제공할 때 종업원들도 자신의 영혼의 text를 가져와서 회사의 사명의 텍스트을 씨줄과 날줄로 context를 만들어내고 이 context를 기반으로 사명이 이끄는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명이 복원된 회사를 망치는 최고의 전략은 자신의 것을 무시하고 남의 것을 답으로 베끼는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은 회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고등 대학교육 심지어는 고시까지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지배적인 학습표준이다. 대기업들도 지금까지 남의 답을 베끼는 것으로 성장을 구가했다. 지금도 매년 열리는 ASTD에 가면 몇 해전부터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들에서 온 HR 담당자들로 대부분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 한국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다면 이 컨퍼런스는 지금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시대는 누구에게도 답이 없는 아포리아나 디아스포리아 시대라는 점이다. 이런 답이 없는 시대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남의 답을 베끼는 방식인 HR 벤치마킹을 지양하고 자기 조직의 사명을 구현할 수 있는 Authentic HR을 구현하는 것이 답이라면 답이다.

지금까지의 HR은 선진 관행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베끼는 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기 회사만의 고유한 철학이 거세된 베껴서 채워넣은 HR 관행에 매이다보면 또 다른 베껴야 하는 관행이 생기고 이것을 채용해서 실제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을 보기도 전에 새로운 관행이 나타나 조직의 HR을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었다. 결국 이런 벤치마킹 관행이 조직의 고유한 일하는 문화를 거세시켜온 것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Text가 제공되지 못하는 베끼는 방식으로는 구성원들의 text를 초대할 수도 없고 구성원과의 context가 만들어지고 진화되지 못한다면 인게이지먼트는 불가능한 일이다.

베끼더라도 조용하게 베끼고 마지막까지 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베끼는 최소한의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HR의 미래도 없다. 정 베끼고 싶다면 차라리 구글서치를 해보던지 아니면 HR 교과서를 다시 찾아 생각을 다듬는 것이 더 효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