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는 일찍이<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서 나이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각 나이에 따른 삶의 변곡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15세 지학(志學),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70세 종심(從心).
지학은 자신의 삶의 씨앗을 찾아서 뿌리는 단계다. 30세 이립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씨앗을 발아시켜 묘목으로 키우는 단계다. 40세 불혹은 외부의 바람에도 뿌리가 뽑혀나가지 않을 정도의 나무로 키우는 단계다. 50세 지천명은 이런 나무를 키우는 작업의 의미와 목적을 깨달고 이렇게 목적으로 키워낸 과일을 사람들에게 맛보도록 하는 단계다. 60세 이순은 이렇게 키워낸 과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과일 맛에 대한 평가를 겸손하게 받아들여 과일의 씨앗을 새롭게 개종시키는 단계다.
70세 종심에 이르러서는 키워낸 과일나무들을 통해 과수원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과수원에 길을 내서 찾아와서 과일을 맛볼 뿐 아니라 자신의 과수원을 만들 수 있도록 씨앗을 나눠줌으로 세상에 대한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는 단계다.
진성리더가 학문을 세워서 종심에까지 이르는 과정은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의 멍에를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마음을 세워 자신만의 참나를 만드는 과정이다. 종심에 성공적으로 다다르면 우리는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의 복권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언제던지 마음이 시키는대로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한다.
진성리더십에서 이러한 변곡점을 거쳐 리더로 성숙되는 과정을 되어감(becoming)이라고 칭한다. 진성리더들에겍 되어감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되어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계점을 지나 변곡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씨앗에서 시작해서 발아하는 변곡을, 발아에서 묘목으로 성장하는 변곡, 묘목에서 다시 발화하는 변곡, 발화에서 결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임계점까지의 축적과 변곡의 반복이다.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성공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중용에서 이야기하는 치곡(致曲)이라는 변곡점의 동학을 이해해야한다.
중용 23장에 치곡에 대한 설명이 있다. 치곡의 곡曲은 굽을 곡이다. 혹자는 작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숨겨진 진실이라는 뜻이 더 정확한 뜻으로 보인다. 인간사의 모든 진실은 외면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선형적 시각 아래 내면의 마음 속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자신의 이득(선형)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곡선이 보이지 않는다. 곡선으로 굽혀져 있는 작은 것을 제대로 보고 이것을 펴나가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때 진실의 씨앗은 진실을 만들어낸다.
숨겨진 진실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
진심을 다하면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형태가 만들어지고,
형태가 만들어지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명백해지고,
명백해지면 남을 감동시킨다.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되어진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其次는 致曲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아 爲能化니라)
한 마디로 치곡이란 숨겨진 작은 진실에서 씨앗을 찾아서 길러내는 마음의 정성인 진정성을 의미한다.
진성리더의 마지막 단계인 종심과 종심에 이르는 치곡에 관한 원리는 진성리더십의 급진적 거북이 원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급진적 거북이란 종심에 이르러 자유를 만끽할 삶에 대한 믿음은 급진적인 태도로 굳건하게 세우고 이 과정을 실현하는 실천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진정성(치곡)으로 임하는 거북이 자세로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심과 치곡의 원리를 따를 때 진성리더가 서약으로 약속한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자기조직화 과정이 실현되는 기적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