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9-21 21:00
[N.Learning] 대박은 독이 숨겨진 행운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863  

대박은 독이 숨겨진 행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천년대 초반에 한국에 로또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일 이 천원의 적은 금액에 로또를 사서 당첨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천문학적인 당첨금 때문이다. 당첨금액이 기존 복권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이천 년대 초반의 한국은 IMF 극복의 이념적 토대가 되었던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를 통해 승자와 패자 간에 극복할 수 없는 부의 양극화가 정당화되던 때이다. 열심히 땀을 흘려 일해서 상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꿈이 무너진 서민층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황금사다리에 비유된 로또의 당첨이었다. 로또 당첨자들이 인생역전의 스토리가 매스컴에 전해지자 로또 광풍은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생활이 팍팍해지면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어 누가보기에도 뻔해 보이는 지는 게임에 올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했던 로또 당첨은 당첨자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가져다다 주었다는 사례들이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다. 당첨자들의 수가 워낙 적고 당첨사실자체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표본조사를 해볼 수는 없지만 이들 삶의 종적을 짐작할 수 있는 사건들이 여기저기에서 보고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들이 행복의 황금열쇠를 걸머쥐었다는 보고보다는 복권 때문에 불행한 삶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

실제로 시사저널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복권 당첨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23일 오후, 광주광역시의 한 목욕탕에서 김 아무개씨(43)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김씨의 시신은 문이 잠긴 탈의실 안에 있었다. 목욕탕을 찾은 다른 손님이 탈의실 문이 열리지 않자 주인에게 문의했고, 이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주인이 김씨를 발견했다. 천장 배관에 노끈으로 목을 맨 김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김씨가 타살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원한 관계 등 타살의 동기가 될 만한 요인도 없었다. 무엇보다 문이 잠긴 밀실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해, 김씨가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 김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점도 근거가 되었다. 특히 김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가 당첨금을 모두 잃은 인물이라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초,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 당첨금은 23억원.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8억원이었다. 김씨는 과거 구직과 실직 상태를 오가는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복권에 당첨된 시기에는 식당을 운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자신이 얻은 행운을 주위에 가급적 알리지 않으려 했다. 김씨가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 아내만이 알고 있었다. 그 밖에 어떤 친지나 지인도 몰랐다. 18억원이라는 횡재를 건실한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본연의 선량한 성품을 잃지 않았고 방탕한 소비벽과도 거리를 두었다고 한다.

김씨는 당첨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씨의 꿈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시도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사기를 당해 돈을 잃기도 했다. 수중에 있던 당첨금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다급해진 김씨는 주식 투자에도 손을 댔다. 하지만 수익은 얻지 못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라는 악재와 맞물려 도리어 손실만 입었다. 결국 18억원의 돈을 모두 잃고 오히려 5천만원 상당의 빚까지 졌다. 인생 역전을 꿈꾸던 김씨의 삶이 도리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수년간 직업도 갖지 못한 김씨는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필요한 생계비를 마련하지 못한 자책감이 죽음을 택한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결국 김씨는 사람이 드문 한낮의 목욕탕에서 세상을 버렸다. 유서조차 없는 쓸쓸한 죽음이었다

[시사저널 2012년 8월 9일, 이규대 기자, 윤명진 인턴기자].

이들이 운명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박이라는 성공경험이 가져다주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한 번 대박을 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모든 행운은 자신에게 먼저 찾아올 것이고 모든 불행은 다른 사람들을 다 거친 후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찾아 올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에 갇혀 살게 된다. 한 마디로 비현실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한 대박의 성공경험은 세상의 모든 답이 자신의 방식에 있다는 믿음에 자신을 가둔다. 자신 뿐 아니라 남의 삶의 모든 것을 이 성공경험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 성공경험이 작동되지 않은 현상이 발견될 경우 이들은 자신의 성공경험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남은 것을 모두 바쳐 올인한다. 결국 결과는 쪽박이다. 마지막으로 대박을 친 사람들 주위에는 하이에나 같은 사기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팔기 위해서 몰려든다. 원래 삶의 중심이 되는 목적적 스토리가 없었던 사람들은 이런 사기꾼들의 사탕발림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대박을 쫒다가 쪽박을 찬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거부들 간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돈을 쫓는 삶을 사는 것인지 돈이 이들을 따라오는 삶을 사는 것인지의 차이일 것이다. 졸부나 대박에 목 메인 사람들은 달아나는 돈을 쫓아 힘겨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인 반면 거부는 무슨 이유인지 돈이 이들을 쫓아다니는 형국을 보여준다.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은 돈이 목적이어서 돈을 벌면 목적지를 잃고 탈선하지만 거부들은 돈은 자신이 추구한 삶의 신성한 목적을 추구한 한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돈과 자신의 목적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주문하면 당연히 목적을 선택한다. 이들에게 돈을 잃으면 그냥 앞으로 더 벌면 되는 것이지만 목적을 잃어버리면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거부들의 삶이 가르쳐주는 중요한 교훈은 목적이 이끄는 대박은 또 다른 대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한 번 대박치고 삶을 쫑내는 삶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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