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력을 행사하는 재벌가에서의 갑질은 더 큰 사회적 이슈가된다. 소수지분을 가지고 큰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탐탁지 않는 눈으로 참고 있었는데 적반하장으로 사회에 대해 먼저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 때문에 회사의 평판이 떨어지고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먹칠하고, 종업원들의 자긍심을 갈기 갈기 찢어 놓기 때문이다.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기기 때문이다. 소수의 지분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 경영을 잘해서 사회를 정화시키는 산소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역으로 사회의 쓰레기장 역할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재벌 2세들의 갑질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개의 가족개념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혈연적 가족과 비혈연적 가족으로 나뉜다. 경영진은 회사의 직원들을 일컬어 우리 가족이라고 칭한다. 심지어는 고객도 가족이라고 칭하는 회사도 많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는 회사들에게 가족은 더 포괄적이다. 재벌갑질의 문제를 일으키는 회사들은 이런 비혈연적 가족과 혈연적 가족이 충돌할 때 혈연적 가족을 더 앞세우는 회사들이다. 대한항공 조씨가족, 대림의 이해욱씨가 자신 회사의 직원을 한번이라도 진정한 가족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행패를 벌일 수 있었을까? 이들이 생각한 종업원들은 겉으로는 가족으로 치켜 세우지만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위한 수단이자 식솔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국 회사 중에서 유난히 가족을 앞세우는 세 회사가 Southwest Airlines, SAS, Zappos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자기 가족을 추천해서 회사에 실제로 입사하면 추천자에게 보너스를 준다. 회사에는 친인척 부부 연인들이 넘쳐난다. 회사의 모토도 가족끼리 느끼는 사랑을 고객들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SAS의 Goodnight 회장은 자신이 살아 있는 한 회사를 IPO하지 않겠다고 공헌했다. 직원들을 진짜 가족과 같이 대해주고 싶은데 IPO를 해서 주주가 들어오면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가족으로 잘 대해주는 것에 딴지를 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Zappos의 대표인 세이는 직원들 평균월급의 1.5배 정도를 받는다. 사장실도 없고 그냥 직원들이 근무하는 규빅에서 같이 근무한다. 말은 가족이라고 칭하면서 자신은 덜 희생해가며 일하고 역으로 이윤을 가장이 다 챙겨가는 것은 진정한 가족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회사는 직원들을 가족 취급하지만 재무성과에서는 미국 일반 기업들이 따라 올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은 어떻게 종업원들이 혈연이 아님에도 진정한 의미의 가족으로 취급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헌신이었다. 이 사명과 목적에 헌신하는 한 누구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혈연보다 더 중요한 목적과 사명이 혈연을 넘어서서 모두 가족으로 통합하는 힘이었다. 혈연관계가 있는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사명과 목적에 몰입하지 못하면 맴버에서 배제되었다. 한 마디로 사명과 목적이 혈연을 넘어서 통합해주는 힘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혈연적 가족을 넘어선 숭고한 가족개념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설립자 켈르허 회장은 엘렌이라는 자신의 비서에서 회장직을 물려주었다. 주주들이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승계에 반대했지만 켈르허 회장은 주주들을 다음과 같이 설득했다. 우리 회사는 가족의 사랑을 파는 회사입니다. 엘렌이 20여년 동안 나를 회장을 넘어 가족처럼 섬겨온 모습을 보면 가족보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엘렌의 지극한 사랑을 나를 넘어서 종업원들과 고객들도 체험해야 할 시점입니다.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엘렌은 설립이래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는 회사라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명성을 이어갔다.

우리의 재벌들도 이런 가족의 혈연적 사랑을 넘어서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개념을 경영을 통해서 실천했으면 한다. 사랑은 주인의식의 원천이다. 사랑받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긴 일을 주체적으로 행하는 사례를 본적이 있는가? 사랑은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가족들은 자신의 가족 구성원이 무슨 일을 하던 다 주인공으로 나서기를 바랄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연인사이에도 서로를 주인공으로 대우해주는 한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은 것이다.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의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인의식을 행사하는 것도 다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영진이 이런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은 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명과 목적에 대한 신념 때문이다. 경영진이 목적과 사명에 대한 헌신이 심리적 안정지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힘이라도 빌려야 하고 이 어린이에게도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야 이들이 주체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한 직원은 월급 때문에 주인공 역할을 연기할 뿐이다. 사랑없이는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주인공이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