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유리감옥에 갇혀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 이해를 기반으로 이 유리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이 본질이다.

우리가 실제한다고 믿고 있는 사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다. 사회는 구성원들간 서로의 행동을 제어하는 암묵적 가정을 만들어 내고 이 암묵적 가정에 대해 합의를 통해서 구성되어진다. 이 보이지 않는 암묵적 가정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사회는 단단한 현실이 된다. 단단한 현실은 건물처럼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탈출할 수 없는 유리감옥이된다. 유리감옥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자유를 박탈한다.

디자인 사고는 바로 이 갇혀있음에 대한 문제의식과 여기서의 탈출을 통한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다. 유리감옥에 갇혀서 사는 동안 더 성숙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이 제한받는 것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Design에서 Sign은 신호로 포장된 암묵적 가정의 세계 즉 유리감옥를 의미하고 De는 이 암묵적 유리감옥을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칭한다. Design thinking의 핵심은 바로 우리의 성장과 자유를 속박하고 있는 세상의 유리감옥에 대한 반란이다. 이 반란의 도구가 사인의 해체에 해당되는 De에 있다. 디자이너가 기능적으로 완성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멋지게 꾸미는데 시간을 쏟는다면 이 디자이너는 세상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탈출시켜 성장과 성숙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만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감옥을 세련되게 꾸미는 간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된다.

디자인 사고의 한 방법론으로 알려진 Ethnography나 현상학은 다 이 암묵적 가정을 통해 유리감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보이는 감옥이야 그냥 힘으로 �센底� 해체하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감옥을 해체하는 작업은 예삿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제대로 된 디자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이 보이지 않는 감옥의 실체를 이해하고 이것을 제대로 해체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의 삶을 아포리아의 삶이라고 명한다면 이 감옥에서 탈출해서 자유를 만끽하는 삶은 디아스포라의 삶이다. 디아스포라의 삶은 자유의 삶이기도 하지만 사막 속에서 길을 헤메고 방황하는 고난의 삶이기도 하다. 방황을 통해 진짜 오아시스를 찾는 디자이너들은 디아스포라의 삶을 종결하고 안식에 들어갈 것이다.

유리감옥에 갇혀서 영원히 아포리아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마도 과거에 고착된 삶을 사는 것일 것이다. 이 아포리아에서 탈출해서 방황하는 디아스포라의 삶이 아마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일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현재는 방황이다. 이 방황을 통해 오아시스를 찾는 삶이 아마도 미래의 삶의 목적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유리감옥을 탈출하지 못해 과거의 삶으로 삶을 종결하는 사람도 있고, 탈출에 성공해서 방황해가며 현재의 디아스포라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미래의 오아시스를 발견해서 방황의 종지부를 찍는 삶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유리감옥을 이해하고 해체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하는 삶이 진짜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삶의 디자이너가 되기를 열망하며 살고 있다. 미래를 디자인해주는 진짜 디자이너들은 유리감옥에 갇혀사는 사람들에게 모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