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빚진자들이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스스로 잘난 사람이기 때문에 빚이 없는듯이 행세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고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헌신에 빚을 졌다. 자연에도 큰 빚을 졌다.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산소와 공기와 물도 대부분 공짜로 써왔고 아름다운 경치를 통해 상한 마음을 힐링한 것도 자연에 대한 빚이다. 이웃과 친구에게 진 빚은 더 크다. 지금 이나마의 성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동료나 선배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응원해준 덕이다.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ESG운동은 우리가 자연, 공동체, 가족들에게 빚진자들이라는 것을 각성하는 운동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이자를 청구하지 않는 만큼 적어도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만은 삼가해야 한다는 도덕적 각성이다.
브릿지포트 금융그룹 (Bridgeport Financial. Inc)을 설립한 크리스티나 하브리지 (Christina Harbridge)는 이란 빚진자들이라는 것을 각성한 후 대부업의 개념을 새롭게 바꿔 썼다.
크리스티나가 대부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 보기 위해서 신문 전단지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하게 된 것이 계기다. 사실 처음에는 이 회사가 대부업체라는 것도 모르고 인터뷰에 응했고 경제적으로 사정이 안 좋았던 그녀는 이 일자리를 받아들였다.
모든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의 이름을 달고 있는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부업체는 직원의 월급을 돈을 얼마나 받아 내는 지의 추심율로 정했다. 이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추심율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은 고객들을 쥐 잡듯이 쥐어 짜고 있었다. 그녀가 어느 날 직원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랄만한 사실이 직원들은 직장에서 일할 때와는 딴 판으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착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이 고객을 대할 때는 왜 딴 판의 사람으로 변하는 지에 의아해 하고 있던 어느 날 자신도 다른 직원들과 똑 같이 고객을 대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런 자신에 놀란 크리스티나는 회사를 퇴사하고 자신이 직접 브릿지포트 그룹이라는 캐피탈 회사를 설립했다. 그녀는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빚을 지고 살고 있다. 단지 이 빗을 갚아야 할 시기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라는 신념 하에 회사의 사명을 "서민들에게도 다시 제대로 빚갚을 기회를 주는 회사"로 정했다. 대부업체에 고용된 직원들도 빚을 진 사람들이라는 각성하에 빚진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제대로된 방식을 연구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고 빚을 제대로 갚게 도와준다는 사명을 세우고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을 혁신했다. 일반 캐피탈 회사와 같이 고객을 막가파식으로 대할 경우 벌점을 받고 이 벌점은 인센티브에 반영하였다. 대신 고객의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런 소통을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지에 따라 높은 고과를 받도록 설계했다. 직원들도 긍휼감을 기반으로 한 소통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채용했다. 회사에서 주는 추가 보너스도 추심율이 아니라 고객에게 감사편지를 얼마나 받는 지로 정했다.
이렇게 회사를 운영한 결과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의 추심율은 업계 표준보다 3배로 뛰어 올랐다. 또한 브리지포트 금융그룹은 캐피탈 회사의 최고 명성을 갖는 회사로 정착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고 세상을 호령하며 사는 사람은 누구보다 큰 빚을 진 사람들이다. 돈 많은 부모 밑에 재벌 아들로 태어난 것, 좋은 머리를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좋은 대학나오고 사자붙은 직업을 향유하는 것도 다 신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행운의 유전자복권을 뽑아준 결과다. 이 시기에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게 복권을 당첨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은혜이다. 문제는 큰 빚을 진 사람들일수록 빚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이 모두 자신덕택에 사는 것처럼 호령한다는 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이다. 스스로가 빚진자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심지어 감추고 사는 사람들이 사회를 공동체로 향한 공진화를 방해하는 원흉이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무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리더십 훈련인만큼 대기업 리더십 교육에 맞먹는 금액을 청구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하지만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분들이 스스로가 빚진자임을 각성하고 빚을 갚는 심정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시간과 각자의 전문성을 십일조로 내가며 헌신적으로 봉사해주시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 참여하신 도반들도 자신들이 빚진자들임을 각성하고 수료 후 각자 삶의 장면에 돌아가 빚을 갚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력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에는 사회변화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권력과 영향력도 빚에 대한 문제로 정의해볼 수있다. 권력은 직책을 무기로 상대가 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다. 말만 다르지 권력은 직책을 무기로 상대의 지갑을 강탈하는 노상강도 행위와 다르지 않다. 영향력은 평소 상대의 성공을 도와주고 이렇게 생긴 빚을 지룃대로 더 큰 일에 나서도록 돕는 행동이다.
우리가 빚진자라는 사실을 각성하고 대부분의 채무자들이 우리에게 이자조차 청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세상은 은혜와 감사의 세상으로 전환된다. 은혜와 감사가 사라진 이유는 우리 모두가 빚진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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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야 하는 이유
빚진자들
우리는 태생과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빚진자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날 때 부모님의 몸을 빌려 태어난 것도 빚진 것이고, 지구의 자연, 산소, 물을 공짜로 빌려 쓴 것도 빚이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심없이 도와준 후배 선배들에게도 빚이 있다. 살아 있음이 이들이 베푼 은혜임에도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은 이 빚에 이자조차도 청구하지 않았다.
더 황당한 일은 우리가 빚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우리에게 빚을 물려준 사람들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자연은 이전의 자연이 아니고, 이웃도 더 이상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가 빚진자이었음을 깨달았음에도 이들에게 진 빚을 직접 갚을 방법이 없다.
우리가 존재목적을 세우고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빚진자에 대한 각성과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직접 갚을 수는 없어도 우리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대신 빚을 갚기 위함이다.
존재목적이란 세상에 대한 빚을 인정하고 죽을 때까지 이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약속이다. 채무자임을 인정하고 이 채무를 갚기 위해 일어서고 이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 나서는 행동이 바로 부끄러움이 사는 삶의 방식이다. 빚을 갚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대다수 사람들에 비해 빚을 청산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음은 은혜이자 자신을 더욱 거룩하게 만드는 일이다. 빚을 청산하고 부채에서스스로를 해방시켜 세상을 자유롭게 하직한 사람으로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존재목적을 실현해야하는 빚진 사람이라는 각성이 생기는 순간 자신에 대한 근원적 변화의 여정도 시작된다.
삶의 근원적 이유인 존재목적을 깨닫는 순간 빚이 감사로 전환되고, 지식이 지혜로 전환되고, 열등감이 사랑과 긍휼로 전환되는 기적을 체험한다. 자신의 몸이 열정과 욕망의 깨진 그릇에서 거룩한 것들을 담아내는 성전으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