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5-15 16:09
[N.Learning] 상황이 어려울수록 저점을 확인하라. 저점전략(Bottom Line Strategy)
 글쓴이 :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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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울수록 저점을 확인하라.
저점전략(Bottom Line Strategy)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Carol Dweck은 자신의 책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2007)>에서 사람들은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과 고정된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으로 나누고 성장 마인트 셋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의 심리학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드웩 교수의 주장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아닌 책이 나온 10년 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바로 직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누구든지 열심히만 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던 시기이다. 이때는 시장을 통한 경쟁과 경쟁을 통한 성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시기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양적 성장을 추동했다.
문제는 이런 성장 신화를 믿지 않고 경쟁과 성장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들이나 너무 결과 중심적으로 승부해 시장을 망치는 사람에게서 발생했다. 이들 잘못된 시장주의자들에게 불을 붙여준 것이 드웩 교수의 성장 마인트 셋이라는 교훈이다. 드웩교수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시장은 고정되어 있다는 마인트 셋을 가지고 성장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성장의 공간이 충분하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고정된 마인드 셋 패러다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설교할 수 있었다.
또한 드웩의 성장 마인드의 과정에 대한 강조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보완시킬 수 있는 훌륭한 이론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결과가 산출된다고 가정한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조건을 잘못 선택한 루저로 규정했다. 드웩은 이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라고 설교했고 조건과 결과에만 신경쓰던 신자유주의자들 마음을 제대로 교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드웩이 신자유주의자들을 교화하는데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고정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나눠서 이원론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성장이 장기적으로 정체된 L자 경기 시대에 성장마인드를 강조하고 여기서 탈락한 사람을 루저로 분류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열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옴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말고 성장마인드를 가지려면 달려들어 열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설국열차의 뒷칸에 탄 사람들에게 성장마인드를 가지고 앞칸으로 가라는 강요가 될 수 있다. 설국열차에서 이들이 앞칸으로 옮겨가는 것은 남들보다 먼저 죽음을 의미한다. 불경기에도 강요된 성장 마인드 셋에 대한 믿음은 갑질, 거품, 양극화라는 해결할 수 균열로 굴곡진 운동장을 만들어냈다.
지금과 같은 L자 경기와 위기가 상수가 된 시대에는 같이 비를 맞아가며 무작정 장대비에 맞서는 전략이 아니라 비를 제대로 피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저점(Bottom Line) 전략은 자신이 추락할 때 떨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저점을 확인하는 전략이다. 사람들은 추락하면 낭떨어지 끝까지 추락하여 결국은 죽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추락을 경험한 사람들은 낭떨어지 끝까지 추락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실제로 추락하는 지점은 심리적 저점으로 설정한 낭떨어지보다 훨씬 위의 어떤 지점에 설정되어 있다. 이 실질적 지점의 확인을 통해 자신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실제로 숨쉴 수 있고 심장마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정 공간을 확인하는 전략이 Bottom Line 전략이다.
고점(Peak Point) 전략은 저점 전략으로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해결하면 드러나는 전략이다. 고점이란 기회가 찾아오면 Bottom Up으로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실질적 지점과 저점과 고점 간 공간의 경계를 확인하는 전략이다.
고점과 저점에 대한 양자의 시나리오가 구축되었을 때 드러나는 공간이 미래를 위한 실험공간이다. 실험공간은 밀물(저점)과 썰물(고점)을 모두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내는 조간대 공간을 의미한다. 조간대는 밀물에는 사라졌다 썰물에는 드러나는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지대를 뜻하는 말이다.
저점과 고점을 통해 마련한 실질적 공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의미 있는 실험공간이다. 이 의미 있는 실험 공간을 마련한 사람들만 무작정의 확장과 성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빈 곳을 채워가며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 충실을 통해 비어 있는 내면적 공간들이 채워지면 외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의 외연도 다시 보인다.
대한민국은 경제는 지금 심각한 경고음을 받고 있고 이런 와중에 기업들은 신자유주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닫았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 대부분은 학습된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대한민국 기업이 살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은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의도가 거세된 현상유지는 전략이 아니다. 기업은 전략이 아닌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몇 일전에도 영국의 Financial Times가 "한강의 기적은 끝난 것인가"라는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이 르포 기사에서 대한민국의 재벌들이 현상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도가 한강의 기적이 일으킨 횃불을 꺼트리고 있음을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L자 장기 불경기 시대에 대한민국 재벌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상유지전략이나 성장전략이 아니라 저점전략이다. 미래를 위해 어떤 위험한 변화를 시도했을 때 절대로 죽지 않은 저점에 대한 시나리오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절대로 변화를 위한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저점이 확인된 기업들만 리스크를 감내한다. 저점전략은 리스크를 헤지(분산)하는 전략이다. 의도대로 고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리스크가 실현되어 추락해도 죽는 문제가 아닌 저점으로 추락할 것임을 예측하는 시나리오가 리스크에 담긴 죽음의 공포를 헤지해준다.
저점이 확인되면 높이 뛰기를 위해 웅크릴 수 있는 조간대 공간이 발견된다. 이 공간에서 고점 도약을 위해 어떤 실험실을 만들고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얻는다. 이런 실험공간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저점전략이 없고 그냥 각자도생을 위한 현상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지금 무너지면 죽음의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잘못된 믿음에 갇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점에 대한 시나리오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비극이자 현실적 위험이다.
Financil Times의 예언대로 한강의 기적은 끝난 것인가? 성장주도로 선진국을 따라잡던 빠른 추격자 전략은 지금 한류로 마지막 불꽃놀이를 장식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어떤 곳이든 가장 마지막에 상투잡는 지점에 꽃피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이 불꽃놀이가 끝난 대한민국의 하늘은 더 칠흙과 같은 어둠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이 추격 성장 전략의 신화를 벗어버리고 저점전략을 찾아 새로운 불꽃놀이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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