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5-15 16:16
[N.Learning] 디자이너에 의해 부활한 디자이너 세종 오래된 새 길을 만나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138  

디자이너에 의해 부활한 디자이너 세종
오래된 새 길을 만나다!
삼성전자 수석 디자이너이자로 퇴직한 후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회장 이창준) 인문디자인 경영연구원 초대 원장인 김경묵 디자이너가 <이도 다이어리>란 제목으로 세종을 소환했다.
누가 뭐래도 세종은 조선이란 나라를 창조적으로 설계한 디자이너다. 책에는 이도가 하루 하루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백성들이 주인이 되어 생생지락할 수 있도록 조선을 디자인해 왔는지가 그려져 있다. 세종은 막 시작한 조선이란 이념적 서사를 백성들이 생생지락 하며 뛰어놀 수 있도록 운동장으로 설계해서 창의적으로 구현했다. 디자이너 세종을 통해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던 나라 조선의 윤곽이 명료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경묵 원장이 소환한 이도는 지금까지 많은 유명 역사가들이 서술한 죽은 이도에 대한 헌사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잊고 지냈던 이도다. 이 책에서 이도는 살아서 우리에게 지금 일어나는 현재 사건으로 다가 온다. 오래된 새 길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목격한다. 이런 부활이 가능했던 것은 세종도 나라를 설계한 디자이너였고 저자도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도 긍휼로 백성을 감싸고 있었고 김경묵 원장도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고통을 디자이너의 긍휼로 감내하는 동병상린의 병을 앓고 있었을 것이다.
김경묵 원장과의 인연은 10년 전 쯤 어느 시점에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철학 연구회를 통해서였다. 그 당시 삼성전자는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 회사로 변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디자인 경영연구회는 이런 전환을 도와주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연구했다. 그 당시 이건희 회장은 세상은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읽고 있었다. 반도체의 칩이 나노수준으로 개선되어 모든 제품 속에 내재화 되어 기능을 발휘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제품의 형태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이 무너질 것임을 읽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신년사에서 삼성전자를 대한민국의 일등을 넘어서 글로벌 초일류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 경영을 승부처로 설정했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해서 애플의 디자인 경영을 시작한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시기다. 이건희 회장은 제품의 외관이나 형태의 구속에서 벗어나 개념과 철학을 설계해서 제품을 통해 파는 디자인 시대를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칩에 대한 기술 개선은 물건의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초월해 개념을 먼저 생각하게 하고 이 개념을 새로운 형태로 구현하는 선행 디자인과 디자인 사고를 제품을 넘어 삼성전자 조직과 문화 설계에까지 반영됐다. 이런 디자인 경영이 삼성전자의 보르도 TV 등에 구현되었고 보르도 TV로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TV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삼성전자라는 회사는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경영의 결과물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참여해야 하는 연구회에 합류할 것인지를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첫 미팅에서 김경묵 수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에 천둥 벼락을 맞았다. 삼성전자에도 이렇게 사명감으로 일하는 직원이 있다는 놀라움 때문이다. 한 디자이너와의 만남으로 엔지니어링 회사 삼성전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런 디자이너를 만들어낸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과 디자이너 이건희를 연구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치솟았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철학 연구회에 조인해서 삼성전자의 전설적 디자이너들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여러 분야 학자들과 상당 기간 교류해가며 디자인을 경영의 측면에서 연구했다.
책이 나오기 전 중간 중간 김경묵 원장이 보내주는 원고를 읽어왔던 소감은 "흥미진진하고 신선하고 생생하다"는 느낌이다. 각 분야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리더들이 필독서로 읽으면 좋겠지만 미래의 진성리더를 염원하는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책을 쓰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 봤던 사람으로 김경묵 원장이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로서 태어나는 과정은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 책은 각자 삶의 영역 속에서 과거를 부활시키고 미래를 가져와 현재를 디자인 해야 할 우리 마음 속에 먼저 핀 국화 꽃이다. 과거를 부활하고 미래를 가져와 새롭게 삶을 만들고 있다면 세종, 이건희, 스티브 잡스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디자이너다.
고통을 긍휼한 마음으로 녹여내어 자신의 마음에 탄생시킬 국화꽃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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