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6-30 13:24
[N.Learning] 근거 상실의 시대가 가져온 종말론 무당과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983  
근거 상실의 시대가 가져온 종말론
무당과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
초뷰카시대(Hyper VUCA Era)는 환경 변화의 속도를 인간이 따라 잡을 수 없는 시대를 지칭한다. 새로운 패턴이 정착되는 기미를 보이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만연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인과적 설명이 불가능한 불가사의가 많아지고, 하루에도 쨍쨍하게 햇빛이 들다가도 소낙비가 내리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상태에서 오랫동안 노출되며 살다 보면 경험하는 현상이 멘붕이다. 멘붕은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던 지도인 네비게이션이 더 이상 작동이 안되는 상태다. 멘붕에 빠지면 잘못된 행동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극한의 무기력 상태에 돌입한다. 무기력 상태가 지속되면 의식은 있지만 의식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된다. 개별적 인간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런 식물인간이 되어 코마에 돌입한다. 이런 코마 상태는 암으로 몸에 병마의 흔적을 남긴다. 불란서의 사회학자 Durkheim은 이런 상태를 사회적 아노미(Social Anomie, Normless)라고 불렀다.
이런 사회 전체가 무규범 상태인 아노미에 돌입하면 근거를 가지고 작동하던 것들이 갑자기 정당성의 근거를 상실한다. 니체는 오래전부터 지배적 규범이 사라지는 순간 사회에서는 세상을 조직해주던 기존의 것들이 근거를 상실한다고 예고한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던 것들이 근거를 상실하게 되면 발 딛고 서 있던 단단한 땅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한다. 니체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살아남기 위해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한다고 예언한다. 이런 시대적 혼란의 틈을 타고 나오는 것들이 각종 퇴마사들이다. 무속과 가짜가 정치, 경제, 사회, 가정의 사이비 전문가들과 짜고 근거 없는 처방전을 남발해가며 미친 짓을 독려하기 시작한다. 이런 무당과 사이비들은 천공, 허경영, 기 치료사, 사이비 전문가, 폰지 사기꾼 등의 이름을 달고 대한민국에서 여기저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무당과 사이비들은 근거를 상실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대상이다. 이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근거 없는 심리적 진통제 방식으로 처방하거나 상처에 부적 반창고를 붙여준다. 환자들은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 재산도 바칠 각오로 이들 주술사들을 찾아간다. 세기 말 증세에 도달하면 사이비, 무당, 주술사들의 판이 열리고 이런 퇴마사들이 장악한 시장에 근거를 가진 새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면 오대양 사건 같은 집단광란이 발생한다.
문화를 비교연구하고 있는 홉스테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취약한 문화적 성향은 불확실성에 대한 혐오와 위험 회피 성향이다. 대한민국은 중진국으로 답이 있는 선진국을 속도전으로 따라잡을 때가 최고의 신바람 나는 전성기였다. 지금처럼 나름의 선진국이 되어서 답이 없는 세상에서 답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자 신바람은 아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아노미가 지속되자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근거 없는 초단기 처방전을 남발하는 사이비와 무당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한 순간 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사람들이 길을 잃으면 길 잃은 지점에 돌아가서 다시 지도를 그려야 한다. 우리가 길을 잃은 지점이 근거지이고 처음 시작에서 근거지에 도달할 때 던졌던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이 질문이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의 존재목적에 관한 질문이다. 이 존재목적에 관한 질문의 답을 찾아서 나라도 시대의 맥락에 맞게 다시 정의하고, 기업도 시대의 맥락에 맞게 다시 정의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도 다시 정의를 내리고, 리더도 다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 정의에 따라 뉴노멀의 새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한다. 이 프로토타입에 따라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할도 다시 정의하고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초단기적 목표를 추구하고 각자도생의 원리에 따라 초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에 우리를 공동운명을 위해 협업하게 만들어주던 근원적 거버넌스인 목적을 상실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 지점이 목적을 상실한 지점이다. 국가가 미신과 무당에 빠져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우리 개인들이다. 목적을 각성한 의식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과 일터에서 목적의 거버넌스를 복원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자그마한 모닥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면 이 불들은 어느 순간 외풍을 받아 큰 들불을 만들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무당과 사이비가 만든 굿 판을 걷어내고 의식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목적을 끌개(Attractor)로 삼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춤판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을 근거 있는 나라로 세우기 위해 의식이 남아 있는 개인들이 일어서서 협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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