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그룹에 속하는 회사의 회장님이 항상 임원들을 모아놓고 질책할 때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당신들은 내가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을 보라니까 항상 손가락만 바라보고 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님의 리더십에 대해 코칭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회장님이 의뢰한 것은 임원분들의 리더십을 점검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몇 일을 임원분들과 회장님 사이의 상호작용을 민속학적 방법을 통해 지켜보았다. 민속학적 방법은 사람들이 당연시 하는 상황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판단중지라는 가상실험을 이용하여 상황에 개입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관찰결과 문제는 임원분들이 아니라 회장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회장님은 다혈질 기분파 스타일이었다. 당신의 기분에 따라 속마음이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회장님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다 알 수없는 임원들은 회장님이 평소에 강조하는 경영방침이 있었어도 그때그때 속마음을 파악하기 위해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에 대한 감각을 잃고 회장님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 더 고군분투해왔던 것이다. 사실 속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은 임원분들의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
회장님께 솔직하게 상황을 피드백해드렸다. 회장님은 학습능력과 자기성찰이 뛰어나신 분이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 맥락을 곧바로 이해하셨다. 당신이 평소 회사를 운영하는 사명과 철학에 대한 구성원들의 믿음이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 구성원들에게 손가락의 방향이 아니라 손을보게한 주범이었음을 이해시키고 이것을 집중적으로 고쳐나갔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회사의 사명이 구현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모습을 실천했다. 또한 임원분들에게 왜 이런 결정을 하여야 하는지를 사명의 스토리로 규레이션 하는 방법을 가르쳐드렸다.
지금 이 회사는 옛낳의 그 회사가 아니다. 회장님이 가르치는 손가락의 방향을 임원들 뿐 아니라 구성원도 다 이해힌다. 회장님의 경영에 대한 의도와 철학이 분명해지니 회장님과 전직원 사이에 관계적 투명성이 생겼다. 회장님의 애매모호한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모든 구성원이 한 마음이 되었다.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일한다는 것은 구성원과 리더 사이에 관계적 투명성이 보장되고 이 투명한 관계를 이용해 회사가 정한 사명에 올인할 때만 가능하다. 회장님이 사명과 철학없음이 구성원과 리더 사이의 관계적 모호성의 주범이 었다.
리더가 철학과 사명이 없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다. 리더가 철학도 없고 사명도 없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자신의 의도를 힘이 약한 부하에게 강요해가며 상황의 애매모호함을 증폭시킨다. 일류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함을 성취할 수 있는 회사이다. 리더가 철학과 사명을 통해 구성원과 관계적 투명성을 채워넣지 못한다면 이런 초일류회사는 불가능하다. 각자가 생존을 위해 상대의 의도를 왜곡하고 이 왜곡을 강요해가며 회사를 혼동과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