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사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영상이다.
유승호 작가의 인터뷰는 어떻게 예술가들은 사물들 속으로 들어가 이 속에서 이 사물들을 창의적으로 개념화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승호 작가는 "창의적 생각은 열심히 그 대상 속으로 들어가보는 반복을 계속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대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고백한다.
유승호 작가는 생각이란 열심히 반복하는 동안에 사물의 본질에 내재한 생장의 아픔과 자신의 아픔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체험할 때 이미지로 탄생한다고 고백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유의 이미지는 사물과 나의 치유의 과정이다.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대상과 자신의 아픔을 공감해서 풀어가는 긍휼감이 없는 예술가들이 좋은 예술가가 되기는 힘들을 것같다. 사유는 생성의 아픔을 공감하고 아픔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을 때만 제대로 된 이미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사물의 본질과 접속해서 사물의 생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 드러냄을 통해 내 생성의 아픔을 접목시키는 행위이다. 이원론적 개념에 의해 사유되는 세상에서 차이를 잃고 죽어가는 생명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예술가들의 사유의 이미지로 탄생한다. 이 생명들에 대한 긍휼감이 복원될 때 동질성에 기반한 법칙이나 이론을 위한 개념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갔던 사물의 손과 팔과 다리가 다시 살아나는 기쁨을 맛본다고 증언한다.
문제는 우리 인간은 이 동질성이나 이원론적 개념적에 의해서 분절되고 갈기갈기 찢겨진 사유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분절된 사유의 감옥을 사실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여기에 투옥시키는 우를 범한다. 사물과 떨어져 만들어진 이원론적 개념이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된 것이다. 이 개념적 사유가 가진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 문제점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제대로 개념적 사유를 알고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서울대 공대 교수 25인이 쓴 <축적의 시간>에도 대한민국 공대생들에게 제도하는 훈련을 많이 시켰지만 이런 사유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개념화 능력을 훈련시킨 적이 없어서 공대교육을 지금과 같이 만들었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최고의 개념화 능력은 상대의 사물의 생성이 드러내는 생성의 아픔을 내 생성의 아픔과 접목시켜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을 때 드러낸다. 생성의 아픔에 대해 감각이 없는 긍휼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좋은 예술가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