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씨의 신곡앨범 <일곱빛 향기> 첫 수록곡이 "맞장"이다. 흥미롭게도 장수복을 입고 나와서 세월과 맞짱 뜨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는 눈깜박할 순간의 찰라로 현재를 지나 과거가 되어 있다. 도망가는 세월을 따라 잡을 장사는 없다는 세상의 결론에 나훈아씨가 장수가 되어 한번 맞짱을 뜨고 잡아서 가져다 보여주겠다는 결기를 노래했다.
나훈아씨 주장대로 세월을 과연 맞짱뜨는 방식으로 잡을 수 있을까? 정말 나이가 들어도 청춘처럼 살 수 있거나, 젊어도 세월에 흔들리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이는 사람이 결국 세월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라면 이들은 어떻게 산 사람들이었을까?
시간을 돈에 비유하면 과거는 저축해놓은 돈이고, 현재는 현금이고, 미래른 차용한 외상돈이다. 저축해 벌어놓은 돈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면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미래를 약속해가며 부모와 주변, 사회,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차용한 빚이 누적되는 외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본다면 우리는 누구나 가족이나 사회, 지구로부터 빚을 지고 살아왔지만 최소한의 원금조차 갚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현재를 통해 충분한 현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깜박할 찰라로 사라지는 현재는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나훈아씨가 주장하는대로 맞짱을 뜨는 방식으로 현재를 늘려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과 맞짱을 떠서 현재를 잡을 수 있다고 달려들면 현재는 더 빠른 속도로 달아날 것이다.
세월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달아나는 세월을 타일러서 돌이켜 세우고, 미래를 구슬러서 현재에 더 머물게 해서 현재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우리에게 알려진 유일한 방식이다. 잊혀져가는 과거를 깨워서 현재와 접속시켜 오래된 새길도 만들고, 미래에 먼저가서 미래를 설득해서 현재로 먼저 가져오게 설득해서 현금에 해당하는 현재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사람들만 세월을 이긴다. 세월을 이긴다는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려세우고 미래를 구슬려서 현재의 시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 해당하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죽을 때도 현역처럼 사는 삶을 유지해가며 저축해놓은 돈을 쓰지 않고 후세에게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시간과의 협상을 통해서 시간을 이긴 사람이다. 과거를 돌이켜 세우거나 미래에 먼저가서 미래를 현재 더 머물도록 할 때 자신이 동원하는 무기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 즉 존재목적일 것이다. 존재목적이 없다면 미래와의 협상거리도 없고 과거의 실수를 돌이켜 세울 방법이 없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현역으로 벌어들이는 충분한 금액의 돈을 자신의 사후에도 자신의 존재목적을 살려낼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것이 유산이다.
세월은 우리 삶보다 더 빨리 도망가는 달리기 선수다. 과거로 도망간 세월을 뒤쫒아가서 현재로 불러세우고, 먼 미래에 먼저가서 미래를 현재로 미리 당겨오는 사람만 세월을 이긴다. 현명한 사람들은 미래에서 찾아와서 현재를 거처 과거로 도망가는 세월을 달래고 구슬리고 설득하고 협상하여 자신이 쓸 수 있는 현재를 확보한 사람들이다.
나훈아씨의 맞짱이라는 노래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세월과 맞짱을 뜬다는 것은 다윗에 해당하는 세월과의 싸움에서 골리앗으로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의지이다. 세월은 장수가 되어 힘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와의 협상에서 동원되는 민첩함과 목적에 대한 설득으로 잡는 것이다. 나훈아씨 노랫말 가사처럼 골리앗이 되어 여기저기로 민첩하게 날뛰는 다윗에게 나하고 한번 붙어보자고 고래고래 소리쳐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골리앗을 잊어버리고 스스로가 다윗보다 더 민첩한 다웟이 될 수 있을 때 세월을 이긴다. 갑옷을 벗어던진 다윗이 될 때 우리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세월과의 싸움에서 만신창이가 되지 않는 방법은 세월과 제대로 협상해서 적어도 세상을 외상으로 빌려 쓴 돈 정도는 유산으로 남겨 갚고 가는 삶일 것이다. 나훈아 씨 주장대로 세월과 맞짱을 떠서 이겼다고 주장해도 유산을 못남긴다면 싸움에 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