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게 배우는 리더십 원리
측은지심 (惻隱之心)
공자의 리더십은 군자론에 방점이 있다. 군자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도덕적 목표를 세워 덕을 통해 자기됨을 완성하여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을 의미한다. 도덕적 사표가 되기 위해 군자는 통상 인의예지를 삶에서 행동으로 실천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과 의다. 군자는 우선 남을 배려하는 인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군자에 대비되는 개념이 소인이다. 군자는 의를 추구하지만 소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소인은 항상 남들과 비교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다. 이들에게는 의가 없다.
공자가
군자론을 통해 리더의 씨앗을 강조했다면 맹자는 이런 군자라는 리더십 씨앗이 자라나는 토양을 만드는 실천적 작업과 이런 토양의 수혜자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맹자는 성선설에 기반해 실천적 민본정치를 주장한다. 즉 사람들은 모두 선하게 태어나서 선한 사람들이 발현할 수 있는 토양만 제공해주면 선인다라는 만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리더의 역할은 이런 선인다의 세상을 위한 운동장이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역으로 백성을 학정으로 괴롭히는 왕은 언제든지 백성에 의해서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군자론이 리더에게 답이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면 맹자의 실천론은 리더십 환경을 구성하는 백성에게 답이 있다는 가정을 펼치고 있다.
현대적 리더십은 리더십 씨앗을 강조하는 공자의 군자론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맹자 리더십의 결합이다.
맹자의 리더십에 대한 각론인 고자장에서 리더가 리더로 인정을 받으려면 환경에서 주어지는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고시패스를 통과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고시패스(고난과 시련의 패스)는 리더가 되려는 마음과 노력이 따르는 사람들에게 측은지심(긍휼감)을 불러 일으켜 이들의 냉냉한 마음을 녹이고 열 수 있는지의 문제다. 구성원의 마음을 녹여 리더 자신이 이들 마음에 씨앗으로 뿌려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문제가 맹자 리더십의 핵심이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
(천장강대임어사인야)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사람에게 맡기려 하면
必先勞其心志
(필선노기심지)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苦其筋骨
(고기근골)
근육과 뼈를 깍는 고난을 당하게 하며
拂亂其所爲
(불란기소위)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所以 動心 忍性
(시고 동심 인성)
이는 그의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길러 주기 위함이며
增益 其所 不能
(증익기소불능)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니라
고자장에서 리더는 이런 고시패스를 통해 구성원의 측은지심을 일으키고 측은지심을 통해 구성원의 마음의 밭을 가꾸는 마음 농사꾼이다.
통상 리더는 존재목적이라는 씨앗을 통해서 자신과 구성원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운다. 존재목적이란 다른 사람이 아닌 리더 자신과 구성원이 대체불가능한 주인공이 되어 맡겨진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이유다. 리더십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목표을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가 주인이 되어 달성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소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리더가 이런 목적에 대해 말로 아무리 약속을 해도 구성원들이 그 약속을 액면 그래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은 목적에 대한 약속이 지켜질 수 있는 지를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검증한다.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구별할 때도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친구의 행동을 보고 검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목적에 대한 약속은 부차적인 것으로 돌려가며 일단 생존해보자가 주장한다면 구성원은 리더가 상황이 좋을 때 약속한 목적은 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목적을 뱉어낸다.
고자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목표와 목적을 연동시켜가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측은하게 노력할 때 실제 목적이 실현되었는지와는 별개로 구성원은 리더의 노력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낀다. 구성원이 측은지심을 느낄 때 구성원의 마음의 밭은 리더의 목적에 대한 약속을 받아들인다. 리더의 진정한 리더십인 영향력이 발현되는 시점은 구성원이 리더의 약속인 목적을 자신의 마음의 준거로 받아들여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도록 허락한 경우다. 구성원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마음을 내준다는 것은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용기를 표현한 것이다. 아픔을 같이 감내하고 책임지겠다는 결심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어낸다.
맹자의 역성혁명이 민주공화정 체제에서 국민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사용되는데 역성혁명이나 국민저항권은 의롭지 못한 군주나 리더가 탄 배를 분노한 국민이 큰 파도를 일으켜 뒤엎는 경우다.
이런 역성혁명의 전략과 반대되는 전략이 마키야벨리가 군주론(君主論)이다. 군주론은 공자 맹자가 군자론에서 백성을 주인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왕을 주인으로 생각한다. 이런 철학이 현대 공화정에도 이식되면 리더가 왕이고 답을 가진 왕이 주창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시키는 파쇼전략이 탄생한다. 공자의 군자론에서는 도덕을 리더의 덕목으로 삼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는 힘을 상징하는 군주가 주장하는 질서를 리더십의 목적으로 삼는다. 군주는 질서를 세우기 위해 어떤 권력과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고 정당화한다.
어떤 파쇼든지 이들이 사용하는 전략의 공통점은 선과 악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일단 먼저 모든 사람을 아군과 적으로 나누고 아군에게는 선, 적에게는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선한 사람들로 가스라이팅해가며 악으로 좌표 찍은 상대를 제거해야 혁명이 완수된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한치라도 이런 주장에 경도되었다면 신마키아벨리즘을 따르는 파쇼의 추종자다.
선한 목적으로 무장한 리더가 되어 선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측은지심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은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반드시 리더를 뱉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