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함정: 돈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에 포장을 통해서 꾸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마케팅은 필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와 포장의 가치가 서로 겉도는 현상인 디커플링을 양산해내는 주범이다. 포장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고객은 똑같은 본질적 가치를 즐기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마케팅 전략은 결국 고객에게 실제 가치를 속이는 행위에 앞장서게 된다.
이런 마케팅 기법들이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을 살려내는 핵심인 고객의 충성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마케팅 판촉활동으로 프로모션을 했다가 어느 순간 프로모션을 중지할 경우 그 서비스나 상품을 재구매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 기법에 의존하는 한 시장은 모두 레드오션으로 전락한다. 다양한 신종 판촉기법, 게릴라 마케팅,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활동을 뒤처지지 않고 해내려면 일은 더욱 고단해지고 힘들어진다. 이윤은 박해지고 점점 단기적 처방에 의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마케팅 전략에만 의존해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서로가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서 달려드는 치킨게임의 형국을 만들어 낸다.
마케팅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안은 포장을 걷어내고 상품과 서비스에 내재해 있는 체험을 파는 것이다. 결국 품질이 같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이라는 포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가정할 경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는 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독창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다.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다른 회사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 회사만의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지가 진검 승부의 관건이다.
마케팅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회사설립 후 지금까지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항공사이다. 복걸복인 항공업계에서 이와 같은 기록은 경영의 신들만이 낼 수 있는 기록이다. 이런 신만이 낼 수 있는 기록을 가진 회사의 구성원들도 자신이 고객을 위해서 제공할 수 있는 사랑과 친절 체험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의 팔에 회사의 로고를 문신하고 다니며 자랑을 한다.
심지어 911 테러 사건으로 미국 항공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파산을 할 때도 사우스웨스트의 고객들은 사우스웨스트에 수표들을 보내왔다. 1000 달러가 동봉된 수표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들어 있었다. "귀사는 몇 년동안 저에게 친절과 사랑이 무엇이라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귀사를 조금이라도 도움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객에게 받은 수표로 회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모든 항공사가 마케팅 프로모션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911에도 흑자 행진을 한 사우스웨스트가 그간 판매한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친절과 사랑이라는 체험이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는 국면에서도 Zappos, SAS, GOOGLE, P&G 등이 비교기업에 비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이들은 마케팅으로 승부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체험을 고객에게 판 회사들이었다.
돈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마케팅의 함정은 돈을 기업의 목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아는 회사들만이 마케팅 전략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체험을 팔 수 있는 혜안이 있는 초일류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