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출판업계에서는 책에 <리더십> 자가 붙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런 시류를 아는 출판사는 책에 리더십자를 붙이기를 극도로 주저한다. 많은 저자들이 리더십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했지만 리더십에 관해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다. 독자들도 이제는 충분히 학습한 것이다. 이런 리더십에 대한 독자들의 냉소를 한 몫에 해결해줄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장영철 교수께서 번역하신 유진 새들러-스미스 (Eugene Sadler-Smith)교수의 오만한 리더십 (Hubristic Leadership)이다. 새들러 스미스는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로 우리에게는 직관과 오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번역자이신 장영철 교수님은 경영학에 조직개발을 처음 소개하신 원로이다. 드러커 소사이어티를 이끌고 계시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정년을 맞이하셨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창립회장이다. Hubristic Leadership 이 작년에 출간되었으니 번역에 시차가 없는 셈이다. 리더십과 조직개발을 오랫동안 연구하신 석학이 공들여 번역을 해서인지 번역서라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읽기가 매끄럽다.

오만은 리더의 흑역사를 구성한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성공이 오만을 길러내고 오만은 리더의 장점을 단점으로 치환시킨다. 리더가 성공을 위해 자신과 조직 목표를 일치시켜서 목표를 달성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하는 선까지 "내가 내가 곧 조직"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오만이 등장해 행패를 부린다. 오만에 사로잡힌 리더는 항상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함에도 "내가 다 안다, 나를 믿으라"고 주장한다. 오만 리더십을 키우는 토양은 이미 스스로가 길을 잃거나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방조하는 사람들, 리더의 광신적 추종자들, 기회주의자들, 체제 순응자들, 적극적 공모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오만리더십의 공모자들이다. 이들에 의해 리더 개인의 오만리더십은 조직을 전염시켜 조직전체을 오만한 조직으로 만든다.

오만의 집단적 전염은 집단사고로 이어져 결정적 순간에 조직을 붕괴시킨다. 앤론, 노키아, 모토롤라, 리만브라더스, GM, 코닥, RBS, 시어스, JC페니 등 이런 기업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우리나라도 STX, 대우, 한보, 율산, 쌍용, 웅진 등이 이런 기업의 리스트에 들어간다. 이런 기업들 리스트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동부, 효성, 부영, 한진, 두산, 이랜드, 금호같은 회사들도 많다.

이 책은 오만의 생물학적 기원이나 신화적 기원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분석하고 오만 리더십을 벗어날 수 있는 나름의 기제를 제시한다.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는 오만 리더의 대척점에 서 있는 리더들이다. 진성리더는 오만리더를 반면 교사로 생각하고 리더십을 행사한다. 진성리더가 오만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는 정신모형 1과 정신모형 2를 통한 자기성찰과 자기규제 때문이다. 진성리더도 오만 리더처럼 변화를 만드는 일에 주체적 주인공이자 일인칭으로 나서지만 진성리더는 오만리더와는 달리 정신모형 1이라는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시켜 끊임없이 과거를 현재로 부활시킨다. 또한 정신모형 2의 나침반이 극성을 유지하는지를 성찰하고 여기서 얻은 나침반의 떨림을 현재의 과업으로 소환해서 이곳에 뿌리를 내리해서 옳바른 미래의 방향을 선도한다. 또한 진성리더는 리더는 학습하는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상태에서 만들어진 성공을 삶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성리더는 자신이 과거에 만든 빛나는 성공도 새로운 새상이 도달하면 상처받을 수 있음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항상 겸손한 초심을 가지고 되어감(becoming)을 위해 새로운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