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는 죽음에 관해 특집으로 다뤘던 세개의 커버를 NFT(대체불가토근)으로 판매했다. 실제로 이 세개의 커버 스토리를 묶어서 총 44만6000달러(약 5억원)에 팔았다.

타임지가 다뤘던 세 가지 죽음에 대한 질문은 각각 신, 진실, 화폐의 죽음이다.

신은 죽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1966년 4월의 커버 스토리의 제호였고, 진실의 죽음은 트럼프가 당선되어서 임기를 시작한 2017년 4월호의 제호였고, 화폐의 죽음은 2021년 4월호 커버 스토리의 제호였다.

인류는 하이데거의 말대로 죽음에 직면해서 큰 질문을 던짐을 통해 삶을 다시 소생, 회생, 부활 시키는 전기를 마련해왔다. 마찬가지로 타임지가 이런 빅 퀘스쳔에 제기하는 이유는 이런 대상에 대한 사형선고가 아니다. 죽음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의 삶을 성찰해서 삶을 다시 소생시켜 뉴노멀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다.

신의 죽음에 대한 질문은 종교가 표층종교로 제도화되어감에 따라 이 종교집단이 약속했던 믿음의 상실을 의미한다. 종교는 수단인 제도적 위례와 규약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신을 물상화 시키거나 우상화 시켜왔다. 종교가 의식과 율법에 집중하는 표층종교 활동에 머무르는 동안 이런 종교활동을 통한 신의 약속을 실현시키는 심층종교 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표층종교는 신의 껍데기이고 이 표층종교를 통해 실현하려는 심층의 믿음이 신의 알맹이다. 지금도 신이 있다고 믿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의례적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도 신은 존재한다고 대답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의례적 종교가 죽은 것이지 심층종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은 신의 껍데기보다는 신의 알맹이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의 죽음은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제기된 질문이다. 인문학적 진실 뿐 아니라 자연과학에서 주장하는 진리도 따지고 보면 상대적이다. 포퍼나 쿤이 과학의 발전사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연과학적 진리도 일시적이다. 아인쉬타인의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뉴턴의 물리학을 진리로 믿어왔다. 뉴턴의 물리학은 절대적 진리라기보다는 양자역학이 등장할 때까지만 유예된 진리였다. 과학적 지식을 넘어서 현실을 만들어나가는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진실은 더 절대성과는 상관이 없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폰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 잡스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폰을 현실로 만들어냈을 때 사람들은 이 구성적 개념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진실은 어떤 개념이 현실에서 실제로 실현된 상태를 지칭한다. 아니면 실현될 것에 대한 믿음을 많은 사람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자연과학을 이끄는 진리와는 달리 사회 인문과학의 진실은 항상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개념적 상상에서 시작한다.

디지털 세상과 메타버스의 세상은 인간의 머리속 상상적 체험으로만 존재하던 상상적 체험을 디지털 플랫폼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진실은 죽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트럼프처럼 정치가들이 주장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스티브 잡스처럼 디지털 구성주의로 구현되는 것과 같은 지위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잘못된 약속을 하고 있거나 약속자체를 지켜 진실로 실현시키지 않는 정치가들이 득세할수록 상상적 체험은 생산적으로 미래를 만들기보다는 미래의 죽음을 선고하는 전조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2021년 4월호에 등장한 화폐의 죽음이다. 금본위제가 실시될 때만해도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금이 준비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는 금의 잔고와 상관없이 재정수요에 따라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신뢰를 상실했다는 증거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서 화폐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자본주의 힘과 자본주의 시장에서 신뢰의 척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유한 화폐의 정도가 거래에서 절대적 신뢰의 정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폐를 많이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왜 돈을 벌어야 할는지에 대한 질문을 잃어버렸다. 돈 자체가 목적이고 사람들은 돈 버는 기계와 노예로 전락했다.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또 한번의 인간의 죽음을 예고했다.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화폐는 무용지물이된다. 신뢰를 상실한 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으면 경기는 인플레이션으로 죽음을 향해 달린다. 정치가에 대한 신뢰잔고가 고갈과 돈을 우상화하는 삶이 서로 쌍끌이를 해가며 우리를 죽음으로 이끈다. 이런 참담한 죽음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새로운 화폐가 디지털로 암호화된 토큰 (NFT: Non Fungible Token)이다.

NFT는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일종의 소유 증명서가 달려 있는 가상화폐다. NFT를 통해 복제가 자유로운 디지털 환경에서도 원본에 한 로열티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에 대한 소유권을 분리시켜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생산 유통해서 일반인들의 소비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시장은 원본을 창작한 사람들을 화폐를 가진 사람들이 무력화 시켰다면 NFT의 세상은 원본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 원본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가 핵심이다. 원본을 복제를 해서 유통을 해도 원본 창작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 원본 창작자가 누구인지 이것을 유통하는 사람들의 거래 이력에 대한 추적이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때문에 가능한 화폐다.

블록체인은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세상이 단순히 허구적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새로운 분산신뢰 기술이다. 많은 기업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플랫폼을 이용해 메타버스에 뛰어들겠지만 이런 기업들의 노력은 오픈 생태계인 공공 블록체인이 등장하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메타버스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NFT기반으로 구현될 때만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것이다. 사적 기업들의 자신의 플랫폼에 구축한 메타버스 세상의 의도를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행태를 보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반한 메타버스도 참여자들을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고 이익을 편취하는 의도를 실현할 것이라는 불신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오픈 블록체인의 생태계만이 인간의 의도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주는 증명서를 제공할 수 있다.

신, 진실, 화폐에 대한 죽음은 모두 삶의 목적과 관련된 문제다. 종교가 표층종교를 넘어 신이 약속한 존재목적을 더 깊은 수준에서 실현하는 행동을 하는지? 사회의 지도층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시켜 미래를 가져오는 진실의 주창자인지? 창작자의 의도와 목적을 돈으로 죽여버리는 삶에서 벗어나 일반 사람들도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통해 자신의 존재목적에한 진정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씨줄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공동의 신뢰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의 삶의 가치는 결국 우리가 존재 목적을 약속하고 이것을 실현시켜 사회에 유통시킨 삶의 대체불가토큰의 가치로 평가될 것이다. 자신의 삶이 독자성과 생산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원본의 예술적 가치가 없다면 내 NFT의 가치는 끊임없이 하락할 것이다. 나의 NFT의 가치가 나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대한 척도로 작용할 것이다. NFT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화폐에 예속된 노동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주인이 되어 만든 주체적 활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