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교수는 이화여대 국문과 및 융합콘텐츠 학과의 교수로 재직할 당시 스토리를 자동적으로 생성해내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몇 차례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

진성리더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자신이 주인공이되고 작가가 된 스토리를 구성해서 미래에 다가오는 기회를 엮어낼 씨줄로 준비하고 있는지이다. 스스로가 작가가 되어 자신의 스토리를 쓰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진성리더십 도반들이 많아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이인화교수가 대학원생들과 같이 몇 가지 중요 파라메터만 집어 넣으면 자동적으로 플롯이 구성되어 스토리가 완성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인화 교수는 12-13년 전인 이때부터도 스스로 게임중독에 빠져가며 대학원생들과 메타버스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었다. 세월을 한참이나 앞당겨 미래를 체험하고 있었다. 몇 번 조언을 받으면서 같은 교수라도 천재급 너드 교수가 실제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권과 관련한 좋지 않은 일로 학교를 퇴직하여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을 서핑하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한 것을 알고 주문해서 단숨에 읽었다. 책에서 제시한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과 접근은 시중에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책들과 수준이 달랐다. 오랫동안 메타버스에 대해 고민해왔던 내공이 담겨 있었다.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대다수 책들은 메타버스를 기술적 모듈 중심으로 포장해가며 공상과학 수준의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낸다. 이런 책을 읽을수록 메타버스에 대한 오해와 불신만 커진다. 이런 기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는 기술들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소개는 메타버스가 유행처럼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시키거나 초월해서 구성한 세계임에도 여기서 메타는 사라지고 가상세계를 채우는 삼차원 디지털 기술에만 집중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의 본질이 삼차원 세상과 게임을 넘어서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개념을 잡을 수 없게 만든다. 미래를 바꾸는 모든 파괴적 혁신은 기술혁신을 넘어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개념화하는 가치혁신이 검증되어야 실체가 드러난다.

이 책은 본인의 이런 문제제기에 메타버스의 실체 What, 쟁점 Why, 활용 How라는 세가지 관점에서 본질에 충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메타버스가 그냥 유행으로 끝나는 경향을 넘어서 인터넷과 SNS를 넘어 4차산업 혁명 이후 가상과 현실을 통합해 이끌 차세대 드라이버이자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지능과 초융합에 기반한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을 겨냥한 가치혁신의 조건을 충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메타버스가 향하는 곳은 이차원으로 제시되는 검색과 평면의 지식 세상을 넘어서 새로운 체험의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삼차원 공간 기술인 AR, VR, MR 등의 기술적 진보가 초점이 아니다. 이런 기술적 진보를 묘듈로 구성해서 만들어낸 디지로그 세상에서 꿈 속에서만 존재하던 상상적 체험을 실제적 체험처럼 구현하여 현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미래 실험실이 본질이다.

이 디지로그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실생활에서의 제약을 벗어나 상상적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 스토리의 공동 주인공들이 만남과 모임을 통해 구현되는 사회성이다. 메타버스의 존재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도 시간, 공간, 신분이라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충족시킬 수 없는 사회성에 대한 고통과 갈증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현실적 제약없이 자유롭게 사람과 사람 간 만남과 교류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가상공간이다. 다양한 현실과 신분 등의 이유로 가해지는 사회성에 대한 제약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만남과 교류에 대한 자유로운 사회성 체험을 복원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본질이다.

메타버스는 상상적 체험을 실제 가상세계에서 삼차원으로 구현하는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이다. 상상적 체험의 본질은 흥미진진함이다. 잠 속의 무의식적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의식으로 공상과 몽상에 몰입하는 이유는 여기서 돌아가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서는 게임이 아니라 흥미진진함이 본질이다. 누구나 상상적 체험을 할 때 놀이터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게임자체가 아닌 놀이터에서 같이 모여 놀 때 느끼는 흥미진진함, 흥분됨, 시끌벅적함, 열기에 대한 체험인 conviviality가 메타버스를 추동하는 본질이다. Conviviality는 축제 전야제 날 체험하는 공동의 관심, 공동의 대화, 공동의 몸놀림에서 오는 두근거림과 시끌벅적함이다. 모든 축제에는 게임이 중요한 요소로 가미되기는 하지만 게임으로 구현하지 않아도 페스티벌의 주제만 제시된다면 이런 conviviality를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메타버스를 기술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스토리의 역할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상상적 체험은 스토리로 만들어지고 구현된다. 사회를 다 해체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도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메타버스의 참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만난다. 메타버스의 내러티브는 매체와 사용자, 사용자와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비선형적 서사이다. 이들은 서사를 통해 마을과 장터를 만들어서 상행위를 하거나, 자신들만의 학교를 만들어 학습성장을 하거나, 놀이터를 만들어 친교와 유흥을 즐긴다. 이야기가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 이야기가 실현될 수 있는 가상공간도 스스로 디자인한다. 이런 스토리의 공동작가가 되거나 공동주연이 되는 초기값 환경을 메타버스가 구현하지 못한다면 메타버스는 그냥 아이들만 와서 잠시 놀다가 가는 게임장으로 전락했다 결국은 사라질 것이다.

책은 블록체인과 NFT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가상이 가상세계로 머물고 현실세계와 단절될 때 메타버스는 그냥 아이들이 게임장으로 전락해 사라질 개연성이 높다. 가상세계에서 창출된 예술작품과 노동활동들이 현실세계의 가치로 맞교환되기 위해서는 가상세계에서 이런 작품과 노동의 이력이 추적되어 공유되는 블록체인 기술과 블록체인에 기반한 화폐인 NFT 발행이 가능해야 한다. 책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로블럭스에서 만든 가상자산들이 어떻게 수집되고 NFT로 교환되어 현금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본질에 대한 질문 외에서 원격화되는 매타버스의 사무실에 대한 전망, 전자적으로 체현된 아바타를 통해 배우는 메타버스 학교, 공연과 스포츠에서 구현되는 메타버스에 대한 풍부한 실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성이다. 이 관계성을 이어주는 것이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스토리다. 머리 속 상상으로만 체험할 수 있었던 미래의 상상적 세상을 관계성과 스토리라는 맥락에서 더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도구가 메타버스다.

우리가 꿈꾸는 비전은 메타버스에서 먼저 상상적 체험으로 채현될 것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상상적 체험에 대한 상상적 실험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되면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도 협업을 동원해서 이 비전을 현실로 구현할 것이다. 가상의 디지털 공간은 현실의 세상에 대한 미러의 역할도 하지만 사람들의 비전과 꿈은 가상세계에서 뉴노멀로 생생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뉴노멀에 대한 상상적 체험에 공감하게 만들면 상상적 체험을 현실세계에서도 재현시켜 새로운 노멀로 만들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 지금 한국에서 일고 있는 열풍처럼 메타버스를 기술적 버즈워드로 접근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잘 지적되어 있었다. 메타버스를 말 그대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초월적으로 연결해주는 더 포괄적 개념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현실세계와는 독자적으로 이런 저런 새 기술적 모듈이 조합해 만든 삼차원 가상 세상으로만 인지한다면 메타버스를 통한 혁신은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본다. 현실세계와 가상세상에서의 행해지는 다양한 거래의 진실성과 신뢰를 보증해줄 수 있는 블록체인과 NFT 기술도 시급하게 요구된다. 내가 보기에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메타버스의 보상에 대한 이야기는 거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