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변화의 속도도 빠르고 강도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조금만 한 눈을 팔면 모두 길을 잃는다. 길잃음이 본질인 시대를 살고 있다.

나침반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나침반이 있어야 길잃은 지점을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고 지점을 알아야 맞는 지도를 다시 그려낼 수 있다.

나침반이 살아 있는지는 진북을 찾아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진북이란 진짜 북쪽(True North)을 의미한다. 길을 잃었다면 진북을 보고 길을 잃은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매년마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자기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침반이 실제로 가르치는 자북의 방향은 지구상의 진짜 북쪽(진북)은 아니다. 먼 바다를 향해하는 사람들은 순진하게 나침반을 사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지는 않는다.

지금 진북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나침반보다는 북두칠성의 국자 끝쪽에 모여있는 별들의 집합인 북극성을 통해서다. 북극성은 멀리서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이건 착시이고 3개 짝이 모인 6개의 별집합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한 짝을 구성하는 짝이 너무 작아서 흔히 오성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아마 호텔 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뜻으로 오성호텔이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문제는 북극성을 볼 수 없는 낮이거나 밤이라도 구름이 끼어 있다면 북극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결국 자신의 나침반에 의해서 북쪽을 추정할 수 밖에 없다. 양쪽으로 펼쳐진 자기장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지점의 북쪽을 북쪽이라고 추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역사를 되돌이켜 볼 때 힘의 중간점에 있는 중도가 왜곡된 중도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 둔 지금의 이 시점에서 양당은 자기쪽 자기장의 세력을 확장해서 자신들이 내세우는 쟁점을 진북이라고 주장한다. 다 진북을 왜곡하는 정치쟁점일 뿐이다. 진북은 이런 이원론적 논쟁의 한 지점에 거주하지 않는다.

이런 이원론적 정치적 쟁점과 사회적 쟁점이 자기장으로 난무하는 가운데 진성리더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나침반이 진짜 북쪽을 찾을 수 있도록 떨림을 만들어낼까? 나침반은 북쪽을 찾으려는 떨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죽은 나침반이다. 성공했던 사람과 회사가 사용했던 나침반이 오래전에는 올바른 방향을 가르쳤는지 몰라도 떨림의 공진화가 없다면 이들이 가르치는 방향은 파국의 방향이다.

리더십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 사람으로 소지한 나침반이 떨림이 유지되게 만들어 오랫동안 길을 잃지 않는 리더들에게서 찾아낸 지침은 겸손, 긍휼, 공동체 감각이다.

겸손의 대척점에 있는 오만은 나침반이 떨림을 멈출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징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운이 발동해서 큰 성공을 거두면 이 성공에서 부모로 부터 받은 재능, 머리, 건강, 재력 등을 모두 배제하고 자신의 노력 때문에 얻은 것으로 꾸민다. 운의 역할도 당연히 배제한다. 성공에 따른 모든 크레딧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오만이다. 오만의 잔고가 채워지기 시작하면 겸손의 잔고가 사라지고 자신 밖의 환경에서 돌아가는 정보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성공을 옹호하는 방호의 벽으로 둘러지는 순간 나침반은 떨림을 멈춘다.

둘째 지침은 긍휼이다. 긍휼은 자신이나 남들에게 다가온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행동으로 풀어가려는 성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이것을 따라잡지 못해서 생긴 성장에 대한 아픔이라는 미제사건을 가지고 있다. 이 미제사건을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풀어가려는 학습과 변화 노력을 놓치는 순간 나침반은 다시 멈춘다. 이들의 나침반이 멈추는 순간 성장통으로 고통받는 자신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외모, 재능, 건강, 재력, 과거성공에 대한 자기애에 빠진다. 편애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다.

셋째는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실제 자신을 떠나 남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나침반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자신이 공동체를 이용해서 축적한 돈, 권력, 명예를 공동체에 기여한 증거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순간 공동체 감각을 잃는다. 공동체를 자신의 이해가 실현되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축소시켜 자기들만의 리그로 만든다. 이들 소수의 내집단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적이자 경쟁자로 규정된다. 이들이 경쟁자와 적으로 규정되는 순간 자신들 밖의 사람들이 찾아낸 진북에 대한 정보의 반은 왜곡되거나 피드백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혼자서 자기들끼리만 모여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편견과 고정관념의 감옥에서 산다는 것은 자신들의 나침반을 일부러 부러트리는 행위이다.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기여하는 공동체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면 최소한 자신의 나침반을 부러트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길을 잃었을 때 본능적으로 과거 길을 잃지 않은 지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 미래의 올바른 지점을 찾아주는 것이 나침반의 진북이라면 과거 길을 잃지 않은 지점으로 재빨리 복귀하는 것은 나침반의 진짜 남쪽인 진남을 찾는 일이다. 문제는 오랫동안 성공에 취해 진북을 잃은 삶에 몰입하다보면 진남도 손실된다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잘못된 과거가 반성되어 학습되지 못한다. 한 때는 큰 성공을 구가했는지 모르지만 영원히 길을 잃고 소멸되는 운명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