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소크라데스 클럽(교장 손가연)에서 사회보건 복지 분야에 종사하시는 도반 분들과 데리다의 <환대에 대해서>를 읽고 있다. 데리다는 레비나스와 아렌트와 더불어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사회보건 복지분야 졸업도반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삼종세트다.

레비나스가 아브라함이 만들어낸 환대를 탐구하는 반면 데리다는 오이디푸스가 질문한 환대에 대해 대답한다.

아브라함은 아버지의 고향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떠나 평생 이방인으로의 삶을 산다. 이방인으로 삶을 살아가며 어떻게 이방인으로 환대받을 수 있는 윤리적 타자의 삶을 완성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데리다의 주제는 신탁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해 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오이디프스가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로 장님이 되어 자신의 딸 안티고네와 이방인이 되어 누구에게도 환대받을 수 없는 떠도는 삶이다.

아버지의 고향은 환대에서 절대적 진리에 대한 믿음이다.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환대의 배교자들이다. 이들은 아버지의 땅을 떠나 이방인의 삶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데리다는 이방인들이 오이디푸스의 이름을 묻지 않고 환대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름과 배경을 묻지 않고 상대를 환대할 수 있다면 절대적 환대다. 절대적 환대는 신의 영역이다. 심지어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무연고자에게 사회복지 혜택을 부여할 때도 먼저 묻는 것이 이름이다.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환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어도 이름과 주민번호가 없다면 환대받기 어렵다.

이름을 묻지 않는 절대적 환대가 인간의 영역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부님에게 자신의 죄와 고통에 대해 고해성사를 할 때 신부님은 성도의 이름을 묻지 않고 환대한다. 신부님이 들은 범죄사실을 사법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신부님들이 행하는 절대적 환대를 법의 환대로 강등시킨 것이다.

인간은 법이나 관습에 의해서 규약된 조건적 환대에서 조금씩 절룩거리고 비틀거려가며 절대적 환대의 땅을 찾아 나선 여행자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조건적 환대의 돌에 걸려 비틀거리며 절대적 환대의 운동장을 찾아나서고 있다.

절대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를 비유해보면 절대적 환대는 빙산의 밑둥이고 조건적 환대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이다. 빙산의 밑둥인 절대적 환대가 없다면 조건적 환대라는 빙산의 윗부분이 떠 있을 방법이 없다. 법률가들이나 국가는 절대적 환대가 조건적 환대의 가능한 조건임에도 절대적 환대는 빙산의 아래부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체자체를 부인한다. 이들의 조건적 환대만을 환대로 해석하고 규정하는 행위들이 모여 빙산을 침몰시킨다. 절대적 환대가 사라지면 조건적 환대조차도 불가능한 세상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젊은이들을 환대했다는 이유로 소크라데스를 잡아다 법정에 세우고 사형을 선고한 법률가들이나 실증법주의자들은 절대적 환대의 의미와 기능을 모른다.

오이디푸스는 장님이 되어 자신의 딸과 세상을 떠돈다. 장님은 경계를 볼 수 없는 사람이다. 누가 집안에 있는 주인이고 밖에 있는 손님의 구별이 안 되는 사람이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환대에 대해 혼돈을 겪는다. 인간은 스스로 경계를 만들어 자신이 장님이 아니라는 것을 논증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 신과 다르게 자신만의 경계와 영역를 가지고 있다. 경계와 영역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은 신이지 인간은 아니다. 이 경계 밖에 존재하는 사람은 손님이자 타인이고 이 경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주인이다. 환대의 문제는 이 경계에 자의적으로 벽을 세워 누구도 손님으로 환대하지 않는 경우다. 예를 들어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경계 위에 세워진 벽은 이 범주에 포함된 소수의 사람들만 주인이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환대하지 말아야 할 적으로 만든다. 혈연, 지연, 학연의 경계는 소수의 주인 만들기가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파국을 초래한다.

리더들도 환대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하면 마음 속 경계에 자의적 벽을 세운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인싸로 분류해서 이들을 중요한 손님으로 환대한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아웃싸로 분류된 사람들은 소외세력으로 전락한다. 이 리더가 건재하는 한 이들이 주인처럼 환대받을 방법은 없다. 설사 자신이 인싸로 분류되어 있어도 진정한 주인으로 살고 싶은 능력이 있는 젊은이가 이들 리더 밑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X세대의 팀장이 자식뻘인 Z세대 신입사원을 자신의 가족인 아들과 딸처럼 생각하며 환대할까? 이들의 경력을 자신의 아들 딸처럼 챙겨줄까? 가족의 범주를 혈연에서 확대해서 이들 Z세대 친구들을 포함시킨다면 조직에서 환대의 적인 갑질이 문제될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환대는 이런 혈연, 지연, 학연의 벽을 치우고 목적과 사명에 근거해서 가족의 경계를 다시 정의함을 통해서 시작된다. 이렇게 목적과 사명을 통해 찾아낸 가족의 범위에서 구성원들이 손님으로 환대받는 것을 넘어서서 이들을 주인으로 세워질 때 환대는 제대로 완성된다.

손님을 높은 수준에서 제대로 환대하고 싶을 때 초대한 주인들은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하게 머물어달라"고 주문한다. 환대의 완성은 손님으로 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손님을 넘어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다. 개인이든, 회사든, 사회든, 국가든 여기에 초대된 손님을 주인으로 세우는 것은 조건적 환대에서 절대적 환대로 비틀거리며 발걸음 한 걸음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