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자신에게 되묻고, 혼잣말을 하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등 자신과 같이 지내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는다. 그럼에도 단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홀대한다.

친구를 홀대하고 험한 말을 해 친구관계가 금이 갈 때 최고로 불행해지는 것처럼 자신을 천대하고 자신에게 험한 말을 할 때 자신의 행복 중 가장 큰 부분을 잃게 된다. 오랫동안 홀대해 쓰러져 아파하고 있는 자신에게조차 손길을 내밀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최고 수준의 인간말종이자 후레자식이다.

소크라데스는 "네자신을 알라"라는 가르침을 통해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보는 안목을 상기시켰다. 쓰러진 자신을 보는 것에서 철학의 기원을 세운 것이다.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보지 못한다면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자신에게 손을 내밀수도 없다. 자신도 쓰러져 있는 입장에서 쓰러져 있는 다른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내밀수도 없다. 소크라테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을 보지 못하는 환각의 알 속에 갇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를 아포리아라고 규정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체성은 아포리아의 알에서 깨어나 아파서 쓰러져 있는 자신을 인지하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아포리아의 알에서 깨어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행위는 부모가 유전자 복권을 통해 넘겨준 재능, 외모, 머리, 건강 등을 마치 자신 것인 것처럼 주장하며 자기 것으로 해달라고 울고 떼를 쓰는 아기의 모습인 자기애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것들이 다 떨어져 나갔을 때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다. 자기애의 알을 깨고 벌거벗은 자신을 보는 자기긍휼을 의미한다. 자기긍휼이 있는 사람들만 자신을 친구로 삼고 삶의 주임됨을 회복한다.

좋은 친구에게 친구관계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데서 행복을 얻듯이 자신에게도 가끔은 좋은 친구였음을 표시하며 선물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비밀이다.

선물은 옷이나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 맞는 음악회나 여행 등 자신이 좋아하는 "체험"을 전달할 수 있는 선물이 더 행복을 증진시키는 경향이 있다.

체험 중에서 최고의 체험은 "아 바로 그게 너야" 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에 대한 각성을 깨달게 할 수 있는 정체성 체험이다. 정체성 체험은 스스로가 어미닭이 되어 자신을 아포리아의 알에서 깨우는 줄탁동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영화 <러브레터> 주인공 히로코가 아침에 일어나 산장 밖의 설원에서 "오겡키데스까(잘 지내나요?)"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빠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절친인 자신에게도 가끔은 러브레터를 띄워보자.

ps: 꽃들에게 희망을에서도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 속에 자신을 가두어 변신하는 과정이 있다. 아포리아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