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믿음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하는 통찰력의 눈을 제공한다. 우리는 세상을 실제 눈으로도 보지만 숨어 있는 세상은 믿음의 눈을 개안했을 때만 보인다. 비전이란 믿음의 눈으로 보게된 세상이다.

비전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아니라 더 먼 끝간 미래의 끝에서 거꾸로 미래도 보고, 현재도보고, 과거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한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시간의 연결을 찾아내는 눈이 온전한 비전이다. 끝간 미래에 서 있는 모습은 존재목적을 실현한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끝간 미래는 생을 다하는 순간에 조우하는 미래다. 목적이란 죽음 앞에 서 있을 때 보이는 세상에 대한 믿음의 눈이다. 비전이란 죽음 앞에선 존재의 시각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유는 존재목적의 눈으로 찾아낸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이스라엘 사람들을 장님의 상태에서 해방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뿐 아니라 우리에게 정통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 종교는 나름대로 존재목적에 기반한 좋은 믿음의 눈을 제공해준다.

죽음 앞에 홀로 서서 찾아낸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을 읽지 못할 때 믿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색안경으로 전락한다. 믿음의 감옥에 갇히는 순간 변화하는 세상은 위험한 세상이니 감옥일지라도 감옥 안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자신을 설득한다. 자신이 간수가 되고 죄수도 되어 자신을 꽁꽁 묶어놓고 패악질을 일삼는 거대한 마음 속 파쇼가 부활한다. 이 파쇼는 죽은 믿음에 반기라도 드는 행동을 하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은연 중 화가나면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은 마음의 파쇼가 작동하는 증거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제도적 파쇼는 사라졌지만 파쇼는 우리 마음 속에 바이러스를 심었다. 전두환 파쇼에 대항하던 흔적이 마음 속에 바이러스로 살아남아서 마음 속 파쇼를 부활시켜 자신을 조정한다. 잘못된 진보나 잘못된 보수의 믿음에 갇혀서 스스로가 마음의 파쇼세력으로 전락했음에도 자신들만 인정하지 않는다. 믿음이 파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이라도 하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이런 이야기를 막는다.

마음 속에 숨어지내던 파쇼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타인에 대한 폭력적 행동까지 일삼는다. 대통령이 된 것도 아닌데 적패를 수사하겠다고 패악질을 일삼거나, 국민들이 타는 좌석에 신발 신은 발을 올려 놓는 예의없음과 파렴치를 자연스럽게 저지른다. 정작 자신은 이 모든 행동이 마음 속 파쇼가 시킨 행동인 것조차도 모른다.

보수나 진보가 모두 파쇼의 잔당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시대에 맞게 진보 보수의 이념을 공진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진보나 보수 정치가 대부분 10년전 과거의 믿음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지속적으로 진보해가고 있기 때문에 10년전 진보는 말만 진보지 젊은이들의 눈에는 골수보수다. 10년전 진보논리를 주장했기 때문에 지금도 자신은 진보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진보다. 마음 속 사이비 진보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이비 진보는 제도적 파쇼에 대항 하던 기억을 살려내 마음 속 파쇼로 전향한다.

사이비 진보가 시대에 잘못된 씨줄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골수보수도 슬그머니 날줄로 끼어들어 사이비 보수로 움틀자리를 만들었다. 지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진보-보수의 현주소다.

요즈음 정치와 관련하거나 독실한 신자로 알려진 분들 중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믿음의 통찰력을 상실하고 과거의 믿음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자기 믿음의 감옥에 갇혀 파쇼로 전락한 경우이다. 현대의 삶의 수준에 비해 파쇼는 과거보다 더 먼 과거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면 조선시대 사람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이런 비현실성을 모른다. 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들이 우리를 대표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사양한다. 이들은 조선시대보다 더 과거에서 온 사람처럼 비현실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들어 있는 파쇼도 제대로 못보는 이런 진보 보수 맹인들이 국가나 국민들을 위해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치에 대한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검찰의 파쇼이던 운동권의 파쇼이던 과거의 파쇼에서 벗어나 자신이 왜 정치가로 나섰는지? 왜 우리나라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필요한지? 자신과 국가에 대해 존재이유가 있는지를 진솔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진정성 스토리를 가진 정치가를 보고 싶다. 모든 후보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예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진정 노무현의 정신과 유산이 무엇인지 모른다. 존재 목적은 미래보다 더 먼 미래에 가서 앞으로 태어날 세대가 살아가는 모습을 애처롭게 보는 긍휼의 눈이다.

이 목적과 긍휼의 눈으로 본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만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성찰해온 종교인도 눈 깜빡하는 사이에 이런 통찰의 눈을 잃는 상황에서 주술가의 눈으로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사람을 믿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