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자들은 큰 목표에다 멋진 옷을 입혀놓은 것을 비전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비전은 전형적으로 비전을 잘못 이해한 비전의 신기루일 뿐이다. 이런 신기루 비전을 비전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은 정작 눈이 2.0이어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지도 못하는 맹인의 삶을 산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런 신자유주의 비전으로 몇 년에 매출 몇 조를 비전이라고 주장하는 경영자들이 있다면 조선시대의 갓을 쓰고 21세기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다.
목표지향적 삶은 우리의 눈을 맹수의 눈으로 만든다. 맹수의 눈은 먹잇감(목표)만을 보고 달리기 위해 최적화된 눈이다. 목표를 정하고 이것을 쫒는 동안에 주변에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 놓친다.
삶을 통체로 안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볼 수 있고 더 높은 곳에서도 볼 수 있고 더 깊은 곳에서도 두루두루 볼 수 있는 비전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과 긍휼이 만든 눈물의 안경을 통해서 얻어진다.
지금 경영생태계에서 비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진 것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본 것이 비전의 본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없다면 비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목적을 비전의 대체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시대로 전환되었다.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먼 미래인 죽음에 직면해서 삶을 각성한 눈으로 뒤돌아 서서 찾아낸 세상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본 세상은 죽음의 강 앞에서 이 세상의 삶을 정산할 때 남긴 유산이라는 안경을 끼고 본 세상이다. 유산은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제로 실현해서 세상에 남길 것을 정산한 것이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인 죽음 앞에서 정산해야할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찾아낸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목적의 안경으로 발견한 비전이다. 과거, 현재, 미래, 죽음이 목적이라는 내러티브를 통해 기승전결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 비전이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에서 발견한 존재목적의 눈으로 과거도 보고, 현재도 보고, 가까운 미래도 보는 안목이 비전의 첫번째 안경이다.
비전의 둘째 안경은 긍휼의 눈으로 찾아낸 고통과 고통의 원인을 발견하는 안경이다. 긍휼이란 자신과 상대의 고통의 문제를 원인의 수준에서 발견하고 아픔을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긍휼의 안경은 눈물의 안경이다. 이성적인 맨눈으로 보는 세상도 있지만 눈물로 뒤범벅인 눈으로 찾아낸 상처 속 세상은 더 깊은 세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가까이에서 볼 때 산다는 것은 고통을 직면하고 이것을 측은하게 해결하는 과정이어서 감히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눈물없이는 이 고통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고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하는 것도 물건너간다.
둘 사이의 문제는 동일시점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비극은 현재라는 시작점의 문제이고 희극은 이 문제가 해결된 미래의 끝점을 지칭한다. 우리는 자신과 남들의 고통과 아픔을 긍휼이라는 눈물의 안경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을 때 아픔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찾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목을 얻는다. 이런 아픔이 원인의 수준에서 혁신적으로 해결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아픔들이 희열로 전환된다. 눈물로 세상을 본 사람들만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혁신의 힘을 얻고 이 힘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켜 웃으며 세상을 떠날 힘을 얻는다. 삶의 종착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즐거움을 얻는다. 아파서 누워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현재의 일은 비극처럼 보이지만 이 일의 혁신을 통해 성취해낸 목적의 실현은 삶을 극단적인 희극으로 만든다.
삶은 현실의 비극을 직시하고 이것을 해결한 댓가로 미래의 희망과 낙관을 얻어내는 희극을 향한 여정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이 만든 비전과 긍휼을 통한 눈물의 비전을 가진 사람들만이 비극이 희극으로 전환되는 희열을 향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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