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가면 관객석에서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훈수와 비평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런 훈수와 비평을 일삼는 사람이 실제 선수로 뛰게 되면 선수만큼 뛸 수 있을까? 뛸 수 있는 것처럼 가정하고 온갖 훈수를 다 하지만 실제로 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실제 뛰어야 일인칭 장본인이고, 관객은 선수를 관찰하는 제 삼자인 삼인칭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일인칭 관점에서 일할 것을 가정하지만 여기에도 마치 회사를 야구장으로 오해하는 직원들이 있다. 야구장의 관객처럼 삼인칭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직원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항상 뒷다리 잡고 비평만 하다 끝낸다. 이들은 사장빼고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본인이 더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비평과 훈수를 통해 뒷다리 잡는 일에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일인칭 선수로는 나서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 사람들은 비판을 잘 할 수 있어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비판을 한다고 해서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멍청한 사람이라고 앉아서 찍히기 보다는 차라리 말도 안되는 비판이라도 해서 똑똑한 척 연기를 하는 것이다.

둘째, 확률적으로 어떤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는 실패할 확율이 더 크게 마련이다. 이런 프로젝트에 뒷다리를 잡아가면서 똑똑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확율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할 확율이 더 크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실패할 것이고 따라서 실패했을 때 미리 자신의 명분을 세우는 것이다. 이들은 실패하기를 기다렸다가 "봐라 내가 그렇게 하지말라고 처음부터 반대하지 않았느냐"하고 목소리를 높힐 것이다.

실패도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학습의 한 과정이다. 스스로를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장기전을 요구하는 학습에는 관심이 없고 모든 게임을 독립된 게임으로 분석해서 처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헛 똑똑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일 뿐 똑똑한 사람은 아니다.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현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념을 도출하고 이 개념에 기반해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이 솔루션을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또한 진정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패를 통해서 근원적이고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의 머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진정 똑똑한 사람들은 실수할 것이 두려워 영원히 삼인칭 관객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매번 다른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비평가가 똑똑한 사람일까? 아니면 몸으로 뛰고 실패해가며 창작하는 사람이 더 똑똑한 사람일까? 답은 자명하다.

조직이 환경변화에 창의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비평으로 자신의 일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조직의 학습을 방해하는 비 생산적인 피드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 삼자 관객으로 머무는 핵심적 이유는 회사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거나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 오가는데 주인공이 아닌 삼인칭 관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