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70년 스파르타 군 300명은 테르모필레(Thermopylae) 협곡의 7일간 전투에서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격파시켰다. 스파르타를 이끌던 장수는 레오니다스(Leonidas I)이고 페르시아 군대를 이끌 던 장수는 크세르크세스(Xerxes I)였다. 2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기의 전투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다.

두 전투의 공통점은 육지나 바다의 협곡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명량 해협은 ‘울돌목’이라고도 불리었는데,폭이 294m 밖에 되지 못하여 바다 표층의 유속 6.5m/s정도로 굉장히 빠르고, 밀물과 썰물 때에는 급류로 변하는 곳이었다. 이순신은 일본군을 이곳으로 유인해서 전투를 치뤘다.

스파르타군이 페르시아 군을 맞이해서 싸운 테르모필레 협곡은 폭이 180미터 정도다. 협곡의 남쪽에는 해발 1,524미터의 칼리드로모스 산이 위치해 있고 산 밑으로는 90미터가 넘는 절벽이 있다. 협곡의 북쪽에도 절벽이 있다.

이런 지형은 아군에게 숫자에서는 당해낼 수 없는 적군에 대항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심리적 안정지대의 역할을 해주었다. 상대가 아무리 수적으로 우세하더라도 이 지형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전략이 없다는 것을 아군들은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들의 심리적 방패로 사용했다. 한 술 더 떠서 스파르타는 데르모필레 입구에서 방패들을 연결해서 서로를 보호하는 방패술을 이용했다. 서로가 연결된 방패 뒤에서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심리적 방패를 체험하고 있었다. 방패에 의해 연결된 한 서로는 자신들의 목숨을 같이 지키는 우군이라는 울타리를 체험한 것이다. 이순신은 12척의 배를 울돌목을 지키는 방패로 사용하고 자신은 이들 앞에서 일본배들을 유인했다. 초탐선 32척, 어선 100척은 방패 뒤에 배치해 심리적 안정지대를 체험하도록 했다. 또한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죽음에 직면하는 태도에 대해서 언급했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한치 앞도 보이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서는 심리적 울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수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지대라는 울타리이다. 회사가 심리적 울타리 되지 못한다면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구멍이 뚫려서 무너진다. 대한항공을 사례가 대표적 사례이다. 회사가 심리적 울타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니 모든 관련자들이 회사의 문제를 고발해서 총수일가를 곤경에 빠트렸다. 대한항공 정도는 아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구성원에게 심리적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을 포기하자 직원들은 회사가 적에 대항해서 싸우라고 가르쳐준 경영전략을 처세술로 바꾸어 자신의 동료와의 싸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회사를 위협하는 더 큰 요인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기업에서 심리적 울타리는 고용의 안정성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누구도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해줄 수 없는 지금도 제대로 된 심리적 울타리를 가진 회사는 사명이 분명해서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한 회사이다. 사명을 구현하기 위해 실력을 쌓고 혁신에 동참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의 목록이지만 꾸미고 치장하고 부풀리기 위한 소모적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목록에 분명하게 기록된 회사이다. 또한 사명에 몰입하는 한 모든 사람들은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한 회사이다. 총수의 혈연으로 회사에 입사했어도 회사의 사명에 공헌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보상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회사이다. 어려운 시기에 무너지는 회사는 모두 내부의 적을 길러낸 회사들이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회사의 심리적 울타리가 무너져 있다는 것만큼 생존의 불확실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없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를 복원할 수 있는 회사만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초일류회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