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인들은 말은 할 수 있지만 듣지를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음성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없는 장애다.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말이 어눌한 이유는 말하는 기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말하는 기능에 비해 듣는 기능이 퇴화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음이 제대로 된 발음인지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되었어도 이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뒤먹임 feedback의 장애이다.

임금님께서 하는 말들에 대해 건설적이지만 부정적 피드백이 끊어지면 어느 시점에서는 임금님은 자의반 타의반 귀머거리의 장애를 갖는다. 임금님은 자신이 하는 말은 항상 올바르다고 믿고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듣기보다는 주로 말을 하는데 더 시간을 쏟게 된고 이런 상황이 더 심화되면 듣는 귀의 기능이 점점 퇴화된다. 임금님이 엉뚱한 말씀을 쏟아내도 임금님 스스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귀머거리 임금님을 가진 왕국에서 임금님의 귀는 겉보기에는 당나귀 귀처럼 크지만 귀머거리여서 듣지 못한다는 뒷담화가 무성하게 난무하나 이 진실을 누구도 전달하지 못한다. 누가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 것인가? 임금님은 귀머거리라는 불편한 진실은 왕국 밖에서 임금님의 권력과 전혀 상관이 없는 힘없는 백성들 사이에서만 뒷담화로 무성하게 돌고 돈다. 권력자 주변에 뒷담화가 돌아다닌 다는 것은 이 장본인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의 신호이다.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만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이들도 소통의 한풀이를 하기 위해 자신들끼리 모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지만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소통해야 한다. 힘 있는 사람에 대한 뒷담화가 난무한다는 것은 우리 조직에 소통의 혈관이 막혀 있다는 징후이다.

깨알 재미를 가지고 방영되고 있는 2TV의 "안녕하세요"는 평범한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초대해 이 사람에게 청각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폭로하는 방송이다. 권력과 관계없는 사람들도 순식간에 청각장애인으로 전락해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청각장애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기적이다. 특히 말로 전략을 전달해야 먹고사는 회사의 사장님이나 경영진이 청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이건 더 기적이다. 권력을 가진 유명인이 청각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도 한 마디로 기적이다. 항상 좋은 말로 칭송만 듣어 가며 강대상에서 수많은 신도를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청각장애가 아니라면 이것도 기적이다.

독제시절 언론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언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 임금님이 귀머거리이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것을 알고 있던 젊은이들의 이 사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의 유일한 통로는 대자보였다.

지금은 초연결사회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귀머거리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 철퇴를 맞고 있다. 초연결 사회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정보가 필요한 곳에서 더 필요한 곳으로 물 흐르듯이 흐를 수 있는 사회이다. 미투현상이나 갑질, 꼰대행동에 대한 폭로, 사내 민주주의 운동의 확산 이 모든 현상은 초연결사회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는 것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소통이 급속하게 민주화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초연결시대에는 SNS를 기반으로 모든 사람들이 신문기자이자 청중이다. 수직적 일방적 소통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초연결사회는 민주화된 소통이 그자체로 표준이 된 사회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소통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힘 있는 사람들이 다 귀머거리가 되어 대화를 통한 소통이 막힐 경우 사람들은 갈등과 폭력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소통을 달성하고자 한다. 누구든지 갈등과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갈등과 폭력은 다 소통이 안 될 때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의존하는 소통의 방식이다. 결국 갈등과 폭력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힘있는 사람들은 이 갈등과 폭력의 원인 제공자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조차도 깨달지 못한다.

귀가 입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초연결사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누구보다 먼저 소통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