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의해서 미래가 예측될 수 없는 시대로 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성공으로 미래가 예측될 수 있는 시대는 과거의 성공을 보장해주었던 기술을 더 개발해서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었다. 개인 컴퓨터가 처음 유행했을 때 286, 386, 펜티엄 급으로 진행되던 기술을 선도해서 여기에 앞서는 기업이 우수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술적 수준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또한 이 기술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의해서 예측되지 못하는 시대에 기술주도의 혁신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실험이다. 대부분의 혁신은 원천기술보다는 개발된 기술과 기술 간의 융합으로 만들어진다. 본인은 내부적으로 선도적 기술이라고 많은 투자를 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사업에서 망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다.

과거에 의해서 미래의 답이 만들어지지 않는 시대는 누군가가 어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것을 스토리로 구성해서 답으로 제시한다. 이 답으로 제시한 스토리가 이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답으로 받아들여지면 이들이 이 답을 만들기 위해 협업으로 참여해서 실제 답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답은 누구가의 머리 속에서 먼저 상상적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우리가 너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화폐도 사실은 누군가 머리 속에서 구상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고 군대도 마찬가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혁신적 제품과 제도는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상상적으로 구성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구성주의 답은 많은 사람들이 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 답이 되지는 않는다. 이 답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과 자본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에 스토리로 받아들져지는 순간 이들 마음 속에서 답으로 자라고 이 답이 현실로 만들어져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면 완전한 답으로 정착된다. 기술혁신이란 이런 가치혁신에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가치혁신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기술만 떼어내서 진행한 혁신은 기술적 우월성에도 모두가 실패했다.

회사는 어떤 문제가 제기되면 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이다. 한 마디로 좋은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문제를 비범하게 풀 수 있는 집단이다. 하지만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회사들도 제대로 된 문제를 찾아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는 못한다. 결국 지금까지 풀지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가치충격을 줄 수 있는 근원적 문제는 일반고객들의 삶 속에 고통으로 내재화해 있다. 사회적 혁신에서는 이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초반부터 이들을 참여시킨다. 사회적 혁신에서는 문제에 대한 가설적 해결이 나와도 이들을 통해서 직접 검증하는 절차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다. 사회적 혁신이란 수혜자들에게서 문제를 찾고 수혜자들에게 검증 받는 작업을 같이 진행함을 통해 가능한 위험을 헤지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는 SK가 이런 사회적 혁신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가 하고 있는 사회적 혁신 실험에 우리같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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