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간의 상대성 원리가 작용해서 나이가 들수록 지나간 과거에 더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반복함으로써 시간을 소비한다. 반대로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즉 젊은이거나 어린이들일수록 과거에 대한 체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앞으로 달려갈 흥미진진한 미래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대통령이 되거나 소방관이 되거나 등등 꿈이 없는 어린이는 어린이가 아니다. 아이들이 똑같은 놀이를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했던 똑 같은 놀이를 했다는 사실 즉 과거를 잊기 때문이다. 미래에 집착하는 어린이나 과거에 집착하는 노인의 삶도 건강한 삶은 아니다. 단지 시간의 상대성 원리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전한 인간의 삶은 과거와 미래의 균형을 잃지 않고 이것들을 자유롭게 해석해가며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이다. 과거와 미래가 균형되게 맥락을 만들어 줄 때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과거에 집착은 과거의 좋은 추억만을 회상하게 하는데 또한 비슷한 추억을 만들어 과거를 반복하는데 시간을 쏟게 하기 때문에 현재를 소모하게 되어 있다. 반면 미래에 집착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삶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현재에 충실한 삶은 과거와 미래가 균형되게 현재라는 맥락 속에 들어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런 과거와 미래의 균형 속에서 만들어지는 현재에 충실한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한 과거를 만들어내고 풍부한 과거의 기반은 견실한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내서 실제로 그런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현재를 즐겨라는 의미가 과거와 미래를 희생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와 미래가 빠진 현재는 단순한 쾌락주의자의 삶이다. 반면 과거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은 낭만주의자의 삶일 것이고 미래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은 금욕주의자의 삶이 될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유로운 시간여행자라는 점이다. 사람은 현재를 살면서도 미래를 꿈꿀 수 있고 과거를 회상할 수도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까르피 디엠이 가르쳐주는 원리는 과거와 미래에 고착되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여행 속에서만, 즉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삶 속에서만 사람들은 충실한 현재의 삶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지 미래와 과거을 잊고 현재만을 즐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와 미래가 빠진 현재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균형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서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