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비밀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의 경계를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이나 기업이나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시간을 초월해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살아 있다는 것은 환경과의 경계를 잘 만들고 관리해서 환경으로 부터 자원과 에너지를 충분히 이입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입받은 것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벨류체인으로 전환시켜 여기서 산출된 결과를 환경을 구성하는 구성원에게 가치충격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하고 성공적 가치충격에 대한 체험의 결과에 따라서 댓가를 지불 받는 피드백 과정이 끊어지지 않게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과 경계를 만들어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밖에 없고 성장한 사람들이 하는 경계관리의 핵심은 허물을 벗는 일이다. 제대로된 투입, 전환, 산출, 피드백의 순환고리가 선순환을 일으켜 몸이 커지면 이 몸을 쌓고 있는 낡은 허물이 벗겨지고 커진 몸에 맞춘 피부가 다시 생성되어야 한다. 인간 유기체가 이런 허물 벗기라는 경계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면 지금 살아서 숨쉬고 있을 리 없다.
요즈음 기업에서 ESG에 대한 이슈도 기업과 기업 환경을 구성하는 세 요소인 자연, 사회, 회사 안의 경계를 다시 재정의 하는 문제이다. 신자유주의 이념은 회사의 모든 경계를 주주 중심으로 정의했다. 이들만이 회사의 주인이고 나머지는 다 머슴이고, 이 머슴들은 주인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을 경쟁해서 이겨야 할 적으로 대했다. 회사를 둘러쌓은 경계 안에서도 주주가 사는 궁궐과 종업원들이 사는 일반민 촌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했다. 일반인들이 주인의 궁궐을 넘본다는 것은 모반 행위로 규정되었다.
이런 신자유주의 편협한 경계관리가 가져온 현상이 온난화이고 코비드 19이고 양극화이다. 이런 시대착오적 경계관리에 자연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다행히 이런 경계 개념으로는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주와 투자자들의 각성했다. 이들이 나서서 자연, 사회, 기업의 내부 환경의 경계 문제를 ESG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ESG 열풍이다.
새롭게 경계가 정의된 세상에서 기업과 인간은 어떤 전략으로 다시 한번 번성을 구가할 수 있을까? 답은 시대에 맞는 경계관리와 이를 통한 개방형 협업(Open Collaboration)의 성공에 달려있다. 개방형 협업을 제대로 성공시켜 후세에게 미래의 바톤을 넘겨줄 수 있는지가 번성을 결정한다.
행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Simon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란 개념을 만들어서 인간과 신간의 경계를 설정했다. 이런 경계관리로 인간임에도 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독선적 인간들을 계몽해왔다. 신은 인간에게 이성이라는 것을 선물했지만 이 이성을 제한된 경계 안에서 수단으로만 사용하라고 경고했다. 신만이 이 이성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인간이 이 이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의 범위(bound)에 대해서 한계를 규정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이먼은 이 제한된 합리성 이론으로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Simon의 계몽적 주장의 핵심은 인간이 어떤 범위와 한계 안에서 이성을 사용했을 때만 사람들은 신과 비슷한 모습인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imon은 인간은 신성을 추구하지만 절대로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예언한 사회과학자이자 예언자(prophet)였다. 이성은 신의 선물인 것이 맞지만 신은 인간에게 이성을 자신이 가진 능력의 범위와 울타리 내에서만 겸손하게 사용하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고 오히려 독선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 이성을 사용한 사이먼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이다. 경계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경계관리가 안되는 독선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자신을 통해서 발생해도 절대로 이것을 수긍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남들을 비난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쏱기보다는 비난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개인사가 더 잘 풀릴리 없다. 이들이 뒤쳐지고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신이 행사하는 이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오만에서 기인한다. Simon이 이성적이고 상식적 사회로 사회를 진화시키는 역사적 과정에 가장 큰 방해자로 경고한 사람들이 경계관리에 실패한 리더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경계 안에서 증거로 수집한 것들을 가지고 자신의 경계를 넘어 이성적일 수 있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경계를 잊은 사람들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알라고 경고한 사람들도 이런 사람들이다. 자신의 한계와 경계내에서 합리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자신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하고 자기주장을 편다. 자신이 옳은 것은 자신이 경험한 사적 범위에서라는 사실을 잊고 자신으로부터 문제가 생겨도 문제를 외재화해 항상 남을 비난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틀릴 수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이성을 신의 이성과 동치시킨 오만이 원인이다.
자신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베이컨은 거미의 삶에 비유했다. 거미는 누구보다 자신의 경계인 거미집 안에 들어오는 먹이를 확실하게 소화시킨다. 거미가 만든 세계관은 거미집 안에 국한되어 있지만 거미들은 자신의 삶이 마치 모든 세상의 삶을 대변하는 신의 세계관처럼 독선을 내뿜는다. 사람들은 거미의 삶을 살고 있는 거미집을 편견의 집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이들로부터 의식적으로 피한다. 이들만 사람들이 왜 자신을 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중 말빨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신천지의 사이비 교주처럼 종교를 세워서 거미줄에 현혹된 신도들을 먹이로 빌어먹는 삶을 유지한다. 모든 사이비 교주는 이처럼 이성의 경계를 잊고 자신을 진짜 신이라고 믿는 오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거미집의 독선과 편견으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도 이런 사이비 교주를 흉내내는 삶을 지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기성찰과 자기인식이란 자신이 사용하는 이성이 자신이 설정한 범위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범위로 규정된 한계를 잊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서 확인한 사실을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서 보편적으로 맞다고 주장하는 귀납적 비약의 오류를 범한다. 거미의 독선도 귀납적 비약도 자기성찰이 안되는 것도 Simon이 경고한 경계를 잊어버리고 자기합리성을 강요한 경우에 생긴다. 소위 꼰데라고 비난 받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경계를 잊고 자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형벌이다.
Simon은 최고로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경계를 인식하고 이 경계 내에서 이성을 이용하여 대안들을 창출하고 이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여기서 만들어진 솔루션을 처음 시작할 때 만들어 놓은 경계의 안에서 사용할 수 있을 때 인간은 제한된 범위에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칭송한다. 사회과학이 인문과학보다 흥성한 이유도 바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자원들을 최적화 하는 겸손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이것을 scope condit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인문학이 오만한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가 있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신을 가정하지 않고는 그런 진리가 있을 수없다.
인간은 이런 제한된 합리성을 통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새로운 루틴이 발견되면 이 루틴을 경계의 Bottom line으로 삼고 새로운 경계를 확장하고 이 확장된 경계 내에서 다시 최적화를 추구하고 루틴들을 확장하여 경계를 넓히는 삶을 살아왔다.
제한된 합리성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도구가 목표 goal와 목적 purpose이었다. 목표는 한 조직과 한 인간의 경계 안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도구다. 목적은 자신의 설정한 경계 밖으로 초월해서 성장하기 위한 도구이다.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은 목표이지 목적은 아니다. 목적은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이유가 자신의 경계를 넘어 경계 밖 환경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이유로 확장되었을 때 발현된다. 자기가 세상을 다녀감에 의해 세상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더 자유로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목적이다. 목적은 경계안의 내 개인적 삶과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간 개방협업을 이끌어주는 유일한 중계자이다.
목적은 지금까지 자신의 경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위한 목표가 존재하는 이유와 방향을 성찰함으로 목표의 경계를 경계 밖으로 연결시켜 삶을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은 목적을 통해 목표의 사다리를 확장해가며 현재의 제한된 삶의 경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하고 개선해왔다.
인간이 자기성찰을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에 달려 있는 경계를 알고 겸손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동의 목적을 찾아 경계밖의 구성원들과 열린협업을 통해 지금의 경계를 확장시켜야 할 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알려진 인간의 경계와 이 안에서 답으로 삶의 루틴을 만들어내는 목표와 이 목표를 경계 밖으로 확장해 만든 목적 사이의 숨은 공간을 이해해 더 좋은 루틴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인간으로서는 가장 성찰적이고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현명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인류는 목표에 고착되지 않고 목적이 이끄는 경계관리와 열린 협업을 통해 삶을 혁신해왔다.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직이 지금 추구하는 목표의 경계와 이를 미래로 확장한 목적의 경계를 발견하지 못한 회사가 혁신적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혁신적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종업원들에게 신이 되라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이다. 이런 경계의 공간을 이해하지 못한 회사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모든 구성원이 신이되어 문제에 대해서 남들을 비난하는 비난전을 시작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써야 할 열정을 엉뚱한 곳에 쓰는 일도 결국은 자신들은 경계없이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신이라고 믿는 오만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과 사람들의 지혜는 자신의 경계를 넘어 목적을 제대로 각성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개방형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목적을 매개로 한 개방형 협업을 통해 제대로 된 혁신을 만들어 후세에게 미래를 선사하는 일에 성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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