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인 박성민씨의 1급 청년비서관 임명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설상가상으로 기자들은 2030이 많이 이용하는 포탈에 들어가서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글을 선택적으로 인용해가며 이런 의견이 마치 2030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여 전달하고 있다.

과연 박성민씨 임용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불공정한 처사일까? 무엇이 문제의 본질일까?

안타깝게도 기자들이 불공정성을 소구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퍼나르는 글에는 청년들의 정서보다는 기득권의 반감이 더 많이 숨겨져 있다. 이들이 박성민씨를 소개할 때 쓰는 레로릭 구조는 똑 같다. 박성민씨가 강남대에서 고려대로 편입했다는 사실과,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사실, 나이가 25세로 어리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득권을 특정지우는 세 가지 사회적 범주인 학벌, 성, 세대에 대한 암묵적 스토리가 배경에 깔려있다. 박성민씨 반대편에는 한국에서 행세깨나 하는 학벌도 있고, 나이가 지긋한, 남성이라는기득권 세력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공격은 집요하다. 심지어 대정부 질의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나이, 학벌, 남성이라는 요건을 다 갖춘 것으로 보이는 국힘당의 한 의원은 장관이 5급에서 지금 장관에 이르기까지 걸린 30여년의 세월을 거론하며 박성민씨 임명이 공정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 기득권 세력은 왜 극력하게 박성민씨를 반대하는 것일까? 다양성이 기득권의 끼리끼리 뭉치는 힘을 해체할 수 있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득권 세력도 다양성을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들은 다양성의 아킬레스 근인 공정성을 문제로 삼는다. 다양성이란 다양한 재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서로 다른 기여로 협업하는 것이다. 다양성이란 다른 기여를 통해 협업하는 것이 전제이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동일한 잣대로 기여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른 기여가 공정하니 공정하지 못하니를 재단하는 것은 다양성 자체를 부인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틈만 보이면 공정성이 마치 보편적 가치인 것처럼 인용해가며 집요하게 다양성을 공격한다. 이들의 공정성 제기는 다양성을 부인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진영논리이다.

청년들을 찢어놓는 성 분열을 봉합해 이들을 협업의 운동장으로 끌어 모으고 다른 다양한 배경의 집단에서 모인 사람들과 열린 협업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게 하는 이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이슈이다.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우리가 패망하는지 살아나는지를 결정하는 한 판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망하면 미래가 사라지는 형국에서 끼리끼리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이 공유한 사회적 범주를 토대로 전쟁 중 분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어떤 누군가는 1급을 군에서 소장급에 비유하는 글을 보았다. 한국동란 때 백선엽씨는 만 33세의 나이로 한국군 최초의 대장이었다. 이 당시 이형근씨는 34세에 정일권씨는 37세에 대장이었다.

지금은 학벌, 나이, 성, 지역 등 양극화된 사회적 범주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사회적 균열이 사라진 운동장을 제공하고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 차별적 능력과 이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협업해서 더 나은 미래의 차이를 만드는 혁신적 실험에 모두가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설계하는 미래는 답이 없는 세상에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어서 경륜이나 경험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런 상황에도 길어야 임기 1년짜리 임명직을 놓고 이렇게라도 폄하해가며 나라가 망할 것처럼 소란을 펴는 기득권의 절박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도 미래의 상실에 원인이 있을 것같다. 젊디 젊은 나이에 남들은 치고 오르는데 좋은 대학나오고, 남자이고, 나이가 지긋한 자신의 미래는 내리막길처럼 보이니 이들을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고 좋은 머리를 유전으로 물려받아 좋은 대학나왔고 여기에 대학교육도 문제 없이 시킬 경제력도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지금의 기득권 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신이 이들을 위해 복권을 세번이나 당첨시켜준 것이다. 신이 뽑아 준 복권행위의 수혜자인 이들의 불공정한 출발점에 대해 박성민씨와 같은 사람들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면 이들은 수긍할까? 또한 박성민씨가 남의 자식이 아니라 본인들의 자식이었다면 이런 개념적으로 이유가 되지 못하는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었을까?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박성민씨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본인들의 이중잣대를 적용한 불공정 행위이다.

역사적으로 혁명이 시작되는 것도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이런 남들이 잘되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람들이 뭉치기 때문이지만 더 나은 미래로의 혁명이 좌절되는 원리도 비슷하다.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일반화 시켜가며 미래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물귀신이 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이런 잘못된 공정성 싸움이 아니라 사회적 범주로 갈라섰던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논하는 다양성 사회를 나서서 응원할 때이다. 공정성이 다른 모든 이슈를 잠재워가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노령화되어 미래를 잃었다는 증거이다. 기득권이 자신들에게 부과된 역사적 책임을 방기해가며 자신들이 획득한 것을 향유하는 일에 빠져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지 못한 결과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에 대한 개혁 논의도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무소불의 권력이 대통령, 국회, 검찰에 집중되는 형태에서는 권력이 기득권으로 집중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대물림이 이뤄진다. 이런 집중된 권력구조는 해야할 역할보다는 의전과 특전인 직위(예 1급)에 모두가 생사를 건다. 이런 후진적 권력구조 속에서는 미래창출의 생사가 걸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역할과 책무가 배양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