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학생들에게 비즈니스 리더십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배운 것들이 많다. 그중 한 가지가 사회적 공간에 대한 고정관점이다.

나는 지금 방역당국이 쓰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잘못된 개념이니 <물리적 거리두기>로 바꿔 써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는데서 생긴 고립감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고립감을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유대 복원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불가피하게 물리적 거리를 두고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해서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유대감 자체를 손상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수정하게 된 계기는 학생들과 리더십의 한 접근법인 교환이론(Leader-Member Exchange Theory: LMX)를 논하는 과정에서 였다. 교환이론의 줄기는 리더십에 대한 훈련을 안 받은 리더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서 부하를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내밀하게 나눠서 관리하는 경향이다. 결국 내집단 구성원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법과 공정성에서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챙겨주고 더 격려해주고 육성의 기회도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이 조직에서 더 빨리 성장한다는 견해다. 마음 속으로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를 나누는 것을 넘어서 리더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내집단으로 포함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이 LMX 이론의 요지다.

학생들을 팀으로 나눠 구성원을 내집단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리더에 의한 획일적 내집단화에 대한 다른 의견이 제시되었다. MZ 세대인 자신들은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도 리더에 의해 일방적으로 내집단으로 포함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에게 인정받고 잘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리더가 자신들을 내집단으로 포함시키려 해도 자신들이 먼저 스스로를 외집단화 하는 작업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집단으로 포함되면 사생활도 리더에 맞춰야 되고 지나친 회사의 충성요구에 쉽게 지칠수도 있으니 내집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리더와 회사와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Facebook 샌드버그가 주장하는 내집단에 포함되기 위해 무조건 손들고 회사 중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인 Lean In의 삶이 자신들의 삶의 답인 것처럼 강요하는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사회적 범주로 건너기 힘든 계곡이 만들어진 여성/남성, MZ세대/X세대, 지역, 학벌 등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런 거리가 없는 팀이나 집단 내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거리좁히기가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라면 사회적 거리좁히기의 대상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상이 다름을 고려해가며 차별적으로 필요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시대 리더가 되었을 때 구성원의 Lean In 못지 않게 능력이 있어도 거리두기를 통해 스스로를 외집단화 하는 MZ 세대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이들의 외집단화에 대한 입장도 고려대상으로 삼고 회사의 바운더리를 넓혀서 보살펴주는 Lean Out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다양성을 조직의 목적과 정렬시키는 리더십 행동에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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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런 타자를 무조건 포획하여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 다름을 배려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는 것에 대한 논제는 환대와 타자의 철학자 레비나스에 의해서도 오래 전에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