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에 진성리더십을 기업에 계신 분들이나 동료 학자들에게 소개하면 대부분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2021년 지금 진성리더십에 대해 담론을 꺼내면 어렵다고 말씀해주시는 분은 거의 없다. 최근에 만난 분들이 이전에 만났던 분들에 비해 문해력과 관련한 인지적 능력이 더 높다고 추론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예나 지금이나 나보다 월등한 문해력을 가지신 분들이 포진하고 있다.

인지적으로 어려운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어려운 범주에 분류해서 접근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인지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진짜 어려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와 같은 상황에서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모두에게 인지적으로 어렵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으로 어려운 수학 문제와는 상관없이 한 주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쉬운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어려울 때도 있다. 익숙한지 낮선지의 차이다.

인지적 어려움을 넘어 익숙하고 낮섬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래 그림은 언어학자 비트겐스타인이 만들어낸 토끼와 오리 그림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토끼가 먼저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오리가 먼저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토끼와 오리를 다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상상적 실험을 해보자. 갑이라는사람은 토끼나라에서 온 사람이고 을은 오리나라에서 온 사람이다. 토끼나라에는 오리가 없고 오리나라에는 토끼가 없다. 이 상황에서 토끼나라 사람이 오리나라 사람에게 이것은 토끼라고 본인이 아는 모든 현학적 용어를 다 동원해서 세세하게 설명해도 오리나라 사람은 너무 말이 어렵다고 대응할 것이다. 오리나라 사람이 토끼나라 사람에게 이것이 오리라고 모든 학습기교를 다 동원해서 설명해도 토끼나라 사람은 오리나라 사람이 이야기를 외계인 이야기로 들을 것이다. 물론 토끼나라 사람에게 이것을 토끼로 설명하거나 오리나라 사람에게 이것을 오리로 설명하면 아주 쉽게 이해될 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가정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그냥 나안으로 보고 경험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신이 검증해온 가정들을 모아놓은 정신모형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이해한다. 정신모형은 자신이 만든 세상의 지도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경험으로 살아와서 이 대상에 대해 다른 가정으로 접근할 때이다. 같은 세상을 볼 때도 우리는 다른 정신모형은 색 안경을 끼고 본다. 이 색안경으로 쓰고 본 세상이 파란 세상인데 빨간 색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본 세상을 설명하면 빨강 안경을 쓴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파란색 안경을 쓴 어린이도 다 이해하는 내용임에도 빨간색 안경을 쓴 천재에게도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 세상을 보는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정하에서 상대를 이해하려 시도하니 모든 것은 난해해진다. 여기에서의 어려움은 인지적 어려움이라기보다는 가정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서 생긴 인지적 장애현상이다.

니체는 젊은이를 타락으로 이끄는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대신 자신과 같은 동질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를 존경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꼰대라는 말을 듣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의 가정을 남들에게 강요할 때이다.

다른 사람에게 취급받고 싶어하는대로 상대를 취급하는 것이 황금율이다. 이 황금율이 적용되기 위한 첫 단추는 내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상대의 색안경을 껴보는 것이다. 낮설음을 먼저 체험해보고 이것을 기반으로 상대에게도 내 색안경을 껴보도록 제안해보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온통 난해안 것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변화할 것이다. 난해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는 틀렸고 자신이 쉽게 이해한 것으로 착각한 자신의 것만을 상대에게 강요할 것이다.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다름을 답이 틀림으로 규정하는 순간 결국 세상은 서로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낮섬과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서로간 세상을 보는 가정의 차이만 인정해도 소통과 갈등 등 모든 인간간 문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세상에 대해 판단중지하는 순간 우리는 무한한 자유를 체험한다. 가정의 벽을 허무는 순간 진리가 스스로 제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편견의 감옥에서 해방시키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모든 진리는 낮섬을 넘서선 차이에 대한 발견에 뿌리를 두고있다. 편견의 감옥을 벗어나는 순간 세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상식의 세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는 편견의 감옥 속에 갇혀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낮섬이 주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함을 핑게로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낮섬과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은 모두에게 어려운 세상으로 전환된다. 특히 소수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름이 다름으로 이해되는 상식적인 세상만이 정직한 세상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야기의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20년전 진성리더십 이야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쉽게 이해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단기적 목표지향적 삶의 안경을 벗고 목표가 달성되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각성하고 이것을 목표를 실현시키는 과제 속에 씨앗으로 끼워넣어 나무로 가꾸고 이 나무에서 과실을 산출하는 목적경영 패러다임의 가정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적은 우리가 익숙하게 추구했던 모든 것들을 낮설게 만든다. 목표지향적 삶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목적은 가장 낮설은 타자이다. 익숙한 과거와 현재의 삶에서 탈주해서 목적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미래에 이르는 과정은 타자되기의 정수이다.

매트릭스 영화의 주인공 레오는 이런 다름을 인정하는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빨간약을 선택한다. 빨간약을 선택했다는 것은 자신의 동굴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의 노마드 여행을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다름의 세상에서 더 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 자신을 내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의 영토를 넘어서 목적에 이르는 길은 자신을 낮설게 하는 빨간약을 먹은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미래이다.

빨간약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