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risk)라는 용어의 제대로된 번역은 위기(危機)이다. 위기(危機)에는 위험(危)과 기회(機)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용어를 대할 때 리스크(risk)라고 쓰고 위험(danger)이라고 읽는다. 위기 즉 위험과 기회 중 위험만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읽을 경우 우리가 감수해야 할 손해는 무엇인가?

어떤 사건에 대한 기대치(Expected Value)는 그 일이 실현되었을 때 창출하는 가치(Value)와 그 일이 일어날 확률(Provability)의 곱(E=V*P)이다. 기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확률값 P가 안 알려진 상태를 불확실성(Uncertainty)라고 이야기한다. 리스크는 불확실성과는 다르다. 확율값은 알려져 있는데 이 확률값의 분포가 온전히 일어나는 경우인 1이나 온전히 안 일어나는 경우인 0의 중간에 위치할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확률값이 50%인 경우가 리스크가 가장 극대화된 경우이다. 사건이 일어날 확률과 안 일어날 확률이 반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건의 가치(V)가 엄청나게 크면 리스크는 천정부지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 비유해보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복권당첨은 엄청난 가치(Value)를 취득하지만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심리를 볼 때 부동산 투기는 가치(Value)는 엄청 크지만 이 가치가 실현될 확률도 1에 가깝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불러온 결과다. 결국 복권을 사는 일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실현될 가치도 큰 데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과 안 일어날 확률이 반반인 경우가 위기값이 가장 높다. 실현되어서 큰 이익을 볼 기회와 실현이 안되어서 원금만 손해보고 망할 확률이 같을 때이다. 본인이 리스크는 손해와 기회에 대해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스크는 손해도 아니고 기회도 아니다. 특히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문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리스크를 위험으로만 보거나 기회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있다. 전자는 선천적 비관론자이고 후자는 맹목적 낙관주의자들이다. 둘 모두 손해를 보겠지만 더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맹목적 낙관주의자들이다. 맹목적 낙관주의자들은 세상의 모든 불행은 남들을 다 거친 다음 자신에게 마지막에 찾아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 최고 기회는 항상 자신에게 제일 먼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는 마지막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실적 낙관주의자들만 리스크 속에서 기회와 위기를 같이 본다. 이들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이 암담한 것을 인정하지만 이 암담한 현실이 극복되면 찾아올 미래를 같이 본다. 이들은 진흙탕을 걷고 있지만 하늘에 있는 별을 보는 사람들이다.

요즈음 ESG 열풍에서도 현실적 낙관주의자, 비관논자, 맹목적 낙관주의자가 구별된다. 이들은 모두 ESG를 리스크라고 쓰지만 맹목적 낙관주의자들은 위험만 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기회로 읽고, 비관론자들은 리스크 속에서 위험만 본다. 현실적 낙관주의자들만이 ESG가 지금 당장은 위험이지만 이 문제를 근원에서 해결하면 회사에는 지속가능성의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본다. 제대로된 경영자라면 위험과 기회의 양쪽 시나리오를 다 가지고 있고 궁극으로는 위험의 시나리오를 기회의 시나리오로 반전시킨다.

어떤 사건이던 사건이 결과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원인, 과정, 결과의 합주를 통해서이다. 맹목적 낙관주의자들이나 비관론자들은 모두 이 세 요소 중 결과만을 보고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결과에 부정적인 것이 나타나면 이것에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처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현실적 낙관주의자들은 다르다. 어떤 사건이든지 원인, 과정, 결과를 같이 본다. 또한 결과의 수준에서 발생한 위험이 있으면 이것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서 원인의 수준에서 혁신적 솔루션을 도출한다. 이들만이 공평하게 찾아왔던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다.

대한민국의 코로나를 잘 대처한다고 추켜 세우지만 진단시약이나 치료약 수준의 대처는 결과의 수준에서 문제를 고식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 기회에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해서 스스로 문제를 근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 때 원인 수준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것이다.

모든 것을 결과의 수준에서 판별하고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리스크라고 쓰고 기회로만 읽거나 위험으로만 읽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들은 삶의 부침을 반복하다 결국 삶의 큰 쓰나미에 밀려나 추락하는 운명을 벗어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