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명예, 권력, 성욕, 식욕 등이 앞서서 달아나고 내가 이것들을 얻기 위해 열심히 따라 다니는 상태라면 이것들이 주인이고 나는 노예이다. 이것들을 더 얻기 위해서 몸, 마음, 영혼을 저당 잡혀가며 무엇이던 이것들이 시키는대로 다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돈, 명예, 권력이 나를 졸졸 따라오는 형국이라면 아마도 나는 이들의 주인일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나를 쫒아 온다고 내가 항상 이들의 주인인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서 복권에 당첨되어 돈 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권력자를 아무 생각없이 오랫동안 따라 다니다 운 좋게 자리와 명예를 얻어 챙길 수도 있다. 이렇게 운과 재수로 얻어진 돈, 명예, 권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생명력이 짧다.
이런 운의 요소에 의해 설명이 안 되는데 돈, 명예, 권력이 저절로 따라온다면 아마 이 사람은 이들의 진짜 주인일 개연성이 높다. 이유는 이렇다. 두 사람이 같은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인으로 내 삶의 주도적 목적을 정하고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한 사람의 성과와 순전히 돈,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만들어낸 사람의 성과는 차이가 있다. 전자가 질적 성과라면 후자는 최소한의 구색만 갖춘 양적 성과이다. 질적성과와 양적성과를 같은 시장에 내다 판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돈, 명예, 권력으로 환산한 시장가격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시장에서 가격으로 메겨진 돈, 명예, 권력이 주인의 삶을 사는 사람을 편애하며 이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사람에게서 도망쳐 주인쪽을 쫒아가는 형국이 된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일인칭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인칭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주인공이 될 방법은 없다. 사랑하는 연인들도 한 편의 영화같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상대를 사랑해서 상대를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상대를 조연으로 만들어 자신을 더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지 자신과 같은 주연급으로 캐스팅하지 않는다. 상대를 자신 삶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은 이미 사랑이 끊어진 증거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억지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힘들게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결국 자신이 삶의 주인인지 노예인지를 구별해주는 대척점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가 결정한다.
태초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돈, 명예, 권력을 포함해 누군가의 노예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모실 때 더 큰 목표와 목적이 세워지고 이 목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영혼을 바쳐 헌신한다. 이 헌신의 결과로 몸과 마음과 영혼의 근육이 만들어져 자신에 대한 효능감을 키운다. 어떤 사람이 유능하고 자긍심이 높다는 것은 이 사람이 평소 자신을 진실로 사랑했다는 증거이다. 자신을 사랑해서 자신 삶의 주연으로 틈만 나면 캐스팅하여 최고 수준으로 훈련시켰고 이 훈련의 결과가 자긍심과 효능감으로 반영된 것이다.
고 이건희 회장도 타 직장인들에 의해 월급장이들의 천국으로 부러움을 사던 삼성의 근원적 문제를 선문답처럼 지적한 바가 있다. "삼성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같애요."
진정 돈, 권력, 명예가 따라오는 삶을 향유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아름다움과 재능만 편애하는 사랑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픔조차 사랑할 수 있는 진실된 사랑을 복원하라. 진실된 사랑을 복원시켜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지 않는다면 삶의 진실은 영원히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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